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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놓치고 절치부심...브로드컴, SAS 인수에 200억弗 베팅

[글로벌 what-소프트웨어 사업 다각화 나선 브로드컴]

기업용 데이터 분석·관리 SAS까지

SW기업 인수에 4년간 57조 투입

소프트웨어 사업 매출 28% 육박

반도체사업 넘어 신성장동력 장착

/AFP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SAS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최대 200억 달러에 달하는 이번 딜이 최종 타결되면 브로드컴은 지난 4년간 소프트웨어 기업을 사들이는 데만 총 500억 달러(약 57조 원)가량을 쏟아부은 셈이 된다. 통신칩 분야의 최대 라이벌이자 세계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인 퀄컴에 이어 두 번째인 브로드컴이 2018년 퀄컴 인수 무산 이후 소프트웨어 사업 다각화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브로드컴이 SAS와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수가는 150억~200억 달러 수준이며 수주 안에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은 애플·삼성전자 등에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TV 셋톱박스와 케이블모뎀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통신칩 업계의 공룡이다. 브로드컴의 기업가치는 약 2,000억 달러에 달한다. 1976년 설립된 SAS는 기업용 데이터 분석 및 관리 소프트웨어 등을 판매하는 업체다.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30억 달러에 달한다.

브로드컴이 SAS 인수에 나선 것은 소프트웨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브로드컴은 앞서 2018년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CA테크놀로지를 189억 달러에 사들인 데 이어 이듬해에는 사이버 보안 업체 시만텍을 107억 달러에 인수했다. WSJ는 “원래 반도체에 집중했던 브로드컴이 CA테크놀로지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투자자들이 깜짝 놀랐다”며 "현재는 소프트웨어 부문이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특히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약 95억 달러의 실탄을 보유한 점도 이번 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소프트웨어로 사업을 확장하는 이면에는 퀄컴 인수 무산의 영향도 작지 않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과거 브로드컴은 2017년부터 2년간 퀄컴 인수를 추진했지만 잇따라 실패했다. 급기야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까지 내놓아 뜻을 접어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차지하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는 브로드컴의 정체성이 문제가 됐다. 미국 기업이었던 브로드컴은 2015년 싱가포르 업체 아바고테크놀로지스에 인수됐다. 아바고는 말레시아계 화교인 혹 탄(사진)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범중국계 기업으로 분류된다.

사명을 인수합병(M&A) 이후에도 아바고로 바꾸지 않은 것은 아바고 측에서 브로드컴의 브랜드밸류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미 재무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차지하게 되면 퀄컴의 5세대(5G) 분야 연구개발(R&D)을 저해해 경쟁사인 중국 화웨이의 시장 지배를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실패를 두고 “아바고가 ‘사명’을 세탁했지만 ‘피’까지는 속일 수 없었다”는 말이 나왔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갈수록 국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브로드컴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브로드컴은 팹리스 분야에서 퀄컴·엔비디아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시장 조사 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브로드컴의 팹리스 매출은 2019년 172억 달러에서 지난해 177억 달러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퀄컴은 145억 달러에서 194억 달러로, 엔비디아는 101억 달러에서 154억 달러로 급증했다. 브로드컴이 수익성 높은 소프트웨어 분야로 계속 눈을 돌리는 이유다.

더구나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반(反)독점 규제도 받고 있다. 브로드컴은 2일 반독점 의혹을 받아온 사업 관행을 중단하기로 미 경쟁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합의했다. FTC에 따르면 그동안 브로드컴은 장비 제조사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 등 고객사들이 경쟁사 칩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해 통신칩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브로드컴은 인터넷 서비스 업자에 경쟁사 제품 구매를 제한하지 않으면 자사 소프트웨어 서비스 요금을 올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통신칩과 관련해 특정한 독점 계약 또는 로열티(특허권) 계약을 맺는 것이 금지된다. 또 칩들에 대한 접근에 조건을 달거나 독점·로열티 계약을 맺은 고객사에 혜택을 주는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브로드컴의 통신칩 분야 지배력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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