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하루 상승 폭을 보이며 ‘8만 전자’로 복귀했다.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과 함께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분기 매출 1위’라는 재료에 힘입어 주가가 장기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2.65%(2,100원) 오른 8만 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 상승 폭은 지난 2월 25일(4.02%) 이후 최대치로 지난달 15일 이후 처음으로 8만 원대를 넘어섰다. 13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사자’로 돌아선 외국인이 6,260억 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올 들어서만 삼성전자를 26조 원어치 사들이면서 변함없는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개인은 이날 삼성전자가 크게 오르자 7,91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3.45% 오르는 등 이틀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가 반도체 투자 심리가 해빙 모드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8만 원대 밑으로 떨어진 후 좀처럼 회복 모멘텀을 찾지 못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에 메모리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옥좼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주가를 끌어내렸다. 특히 삼성전자는 2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음에도 주가는 업황 고점 논란에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고 메모리 공급과잉 현상에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가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전날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기 매출에서 인텔을 제쳤다는 발표에 주가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은 197억 달러(22조 6,400억 원)로 인텔의 전체 매출액인 196억 달러(22조 5,200억 원)보다 많았다. 이는 삼성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호황이던 2017~2018년 이후 처음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력 회복을 위한 준비 과정에 돌입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원가 절감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고 하반기 신규 스마트폰 출시와 기업들의 투자 심리 회복으로 메모리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의 경쟁력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메모리 고점 논쟁이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삼성전자 주가를 견인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에 의한 정보기술(IT) 공급망 마비로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시점이 연기된 것”이라며 “생산 업체들은 독과점력을 통해 공급 조절로 고수익성을 추구할 것이고 메모리 실적 기저 효과가 하반기에 확대됨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