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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언어정담] 결과를 계산하지 않을 용기

작가

창조적 작업 꿈꾸는 예술인들

욕심버리고 자기 내면과 대화

인내하면 '희열의 순간'찾아와

정여울 작가




예술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용기는 무엇일까요. ‘이 작품이 과연 팔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내려놓고, 내 안의 눈부신 잠재력을 마음껏 꺼내 쓸 수 있는 용기. 저는 그것이 모든 창조적 작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자꾸만 ‘대중성의 유혹’에 시달릴 때, ‘더 팔려야 한다’는 강박으로 괴로워질 때마다, 저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습니다. 이 작품은 젊은 시인 뿐 아니라 창조적 작업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을 줍니다. 그는 예술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향해 이렇게 대답합니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계산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저는 싱그러운 전율을 느낍니다. 계산하지 않는 것이 너무도 어려워진 시대이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내 책을 어떻게 생각할까. 누가 내 책을 사줄까.’ 이런 생각들 때문에 괴롭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끊어 내지 않으면 좋은 책을 만들 수 없어요. ‘얼마나 많이 팔릴까. 이걸로 내가 얼마나 유명해질까.’ 이런 생각을 하면 좋은 책을 만들 수가 없어요. 에고를 잠시 내려놔야 해요. 사회적 자아, 에고를 잠시 내려놓고 내면의 자기, 셀프에 집중해야 되는 거죠. ‘나는 도대체 이 책을 왜 쓰고 싶어 하지. 이 책을 써야만 살 수 있는 것인가. 이 책을 써야만 나는 진짜 나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건가.’ 이 모든 질문에 자신있게 ‘그래’라고 대답할 수 있을 때, ‘이 책은 내 인생에 꼭 있어야만 돼’라는 생각이 들 때, 책을 쓸 수 있어요. 내적인 필연성이 가득 차오를 때 책을 쓰게 되죠. 정말 내가 이 책을 씀으로써 더 나 다운 내가 될 수 있다면. 더 진심으로 더 나 자신에, 진정한 나에 가까워지는 글쓰기를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릴케는 말합니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계산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열매를 빨리 맺으려고 재촉하지 않고, 봄날의 악천후 속에서도 여름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는 나무처럼.” 이 아름다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제 안의 욕심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들어 뭉클해집니다. 봄날에는 바람이 불 때도 있고 서리가 내릴 때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무는 ‘여름이 올까, 안 올까’ 하고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나무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냥 현재를 견뎌요. 그런 것처럼 글 쓰는 사람도, 그림 그리는 사람도, 작곡하는 사람도 그렇게 고통스러운 현재를 견뎌야 합니다. ‘미래에 이 책이 어떻게 될까. 인생이 어떻게 풀릴까.’ 이런 걸 너무 걱정하면 현재에, 이 문장에 집중할 수 없어요. 지금 태어나고 있는 내 문장이 가장 중요한 거예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문장이 가장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그 문장을 쓰는 것이 나에게 가장 절실한 필연인 거죠.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내면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잘 관찰하고 그걸 받아 적으려고 노력해 보세요.

릴케는 말합니다. “여름은 꼭 옵니다. 하지만 참고 인내할 줄 아는 자에게만 찾아오지요.” 처음부터 글이 잘 될 리가 없죠. 글을 끝까지 쓸 수 있다면, 그 힘든 과정 속에서 뭔가 반짝이는 희열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끝까지 안 쓰면 그 눈부신 희열의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아요. 안 쓰고 고민만 하면 고통만 있지 희열은 없어요. 쓰면서 고통스러워해야 돼요. 쓰면서 ‘정말 이게 뭐야. 이게 무슨 글이야. 이상해. 울퉁불퉁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썼다면 그 안에 분명 희열이 있습니다. 집에만 있으면, 좋은 글을 쓸 수가 없지요. 어떻게 해서든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합니다. 뭔가를 해내야 해요. 어떤 액션을 통해서만 우리는 성장합니다. 밖으로 나가야 뭔가를 느끼고 만지고 경험을 할 수가 있어요. 이제 아무 것도 계산하지 말고, 내 안에서 뜨겁게 끓어오르는 것들을 지금 바로 써 보세요. 지금 바로, 펜을 들고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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