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글로벌을 외칠 때 홀로 지역(로컬)로 갔습니다"
당근마켓이 2년 만에 기업가치가 15배 폭등했다. ‘벼룩시장’과 ‘교차로’가 사라진 글로벌 시대에 역설적으로 '로컬'의 가치에 주목하고 신뢰에 방점을 둔 서비스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역 기반 플랫폼 당근마켓은 1,8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3조원 규모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19년 9월 400억원 가량 투자를 받으며 평가받은 몸값은 2,000억원이었다. 2년 만에 기업가치가 15배가 올랐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이처럼 단기간에 몸값이 조단위로 뛴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3월만 해도 당근마켓이 펀딩을 할 때만 해도 기업가치 2조원에서 논의가 됐는데 몇 개월 만에 1조원이 더 올랐다"며 "기존 기관투자가들도 몸값이 이렇게 뛴 것에 대해 믿기 힘들어 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지난 2년여간 국내 모든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 중 가장 높은 성장을 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19년 1월 추정 이용자 숫자는 187만명이었다. 지난달은 1,551만명으로 19개월 동안 이용자만 1,363만명이 늘었다. 성장률만 725%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며 이용자가 몰려들었다. 지난해 4월과 5월 신규 이용자는 각각 128만명, 104만명씩 늘어났다. 2019년 한해 동안 월 평균 이용자 순증 규모는 30만명이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로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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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이 이처럼 고공성장을 하는 건 역발상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서비스 특성상 공간 제약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모바일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지역에 한정해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지역에 한정한 서비스는 오직 '맘카페'뿐이었다. 당근마켓은 네이버-다음 카페 기반 맘카페와 같은 지역 커뮤니티 기능을 더 체계적으로 개편했다.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외칠 때 홀로 동네로 들어간 것이다. 경쟁자는 '맘'에 한정된 맘카페뿐이었다.
신뢰성도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핵심 서비스인 중고거래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당근마켓은 다른 중고거래 서비스와 달리 '3040 여성' 비율이 높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당근마켓의 3040 여성 이용자 비율은 30%로 추정된다. 경쟁 중고거래앱인 번개장터의 3040 여성 비율은 약 19%다. 당근마켓의 20대 비율은 28%인데 비해 번개장터는 33%가 넘어간다.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3040 여성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중고거래에 있어서 신뢰성이 있는 경향이 있다"며 "또 바이럴(입소문) 효과가 높은 여성 이용자들이 경쟁사 대비 많아서 트래픽 규모도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고 설명했다. 신뢰도가 높으니 다른 연령층이 새로 유입되는 선순환도 있다.
역발상 전력과 지역 내 소상공인 광고, 물류, 부동산, 구인구직, 중고차 거래 등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현재도 동네 편의점(GS25시)과 제휴를 맺고 할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세탁특공대 등과 협업해 지역 내 세탁 서비스 연계도 한다.
로컬에서 시작한 당근마켓은 또 다시 역설적으로 글로벌 진출에 나선다. 이번 투자 유치 역시 해외 진출이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당근마켓은 7월 일본 시장에 진출해 베타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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