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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하미드카르자이공항





지난 15일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카불 시민들이 하미드카르자이국제공항으로 몰려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란민 수는 불어나 순식간에 공항에는 수천 명이 모였다. 미군 경계선을 돌파한 아프간인들이 문이 열린 미군 C-17 수송기 안으로 돌진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어떻게 하든 수송기를 타려고 탑승 계단에 거꾸로 매달린 사람들도 있었다. 1975년 4월 미군 철수 이후 베트남 사이공이 함락됐을 당시 헬기 탈출 행렬을 떠올리게 했다.

공항을 통제하던 미군은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반복적으로 허공에 경고 사격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야말로 통제 불능 상태였다. AP 등 외신은 수송기에 매달렸다가 추락한 최소 3명을 포함해 7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카불 시민들이 짧은 시간에 하미드카르자이공항에 집결할 수 있었던 것은 공항이 도심에서 멀지 않기 때문이다. 카불 시내에서 불과 5㎞ 거리여서 도심 접근성이 좋아 ‘카불의 관문’으로 불렸다.



1960년 지어진 이 공항은 아프간 국적 항공사인 아리아나아프간항공의 허브 공항이자 활주로 북쪽에 공군기지도 함께 있는 민군 복합 공항이다. 개항 이후 ‘카불공항’으로 불렸지만 2014년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미군 점령 이후인 2004년 최초 민선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국가 재건에 힘을 쏟은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왔다. 외세의 간섭이 많았던 아프간의 역사만큼 공항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1979년 소련 침공 이후 10년 동안 소련의 군사기지로 사용됐었다. 2001년에는 미군의 폭격으로 시설 대부분이 파괴됐다가 2005년에야 복구됐다.

조국을 떠나려는 아프간인들로 아수라장이 된 하미드카르자이공항의 참혹한 광경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아프간군이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싸워서도, 죽어서도 안 된다”며 “국익이 없는 전쟁에서 계속 머무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도자와 군인, 국민들이 나라를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갖지 않으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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