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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입법만 2만 6,800건 남발…미래 개혁법안 손도 못댔다

■文정부 마지막 정기국회 돌입

계류법안 8,875건 역대 최대

정쟁에 재정 혁신 법안 등 '표류'

언론법·국감으로 협치 쉽잖아

폐기만 최대 2만건 달할 수도

사진 설명




1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9,000건에 육박한 미처리 법안을 안고 출발했다. 처리되지 못한 법안의 규모는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많다. 당정은 그동안 주52시간 근로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임대차 3법 등을 밀어붙이며 ‘입법 폭주’를 해왔지만 계류된 법안 수를 볼 때 역대 정부 중 최악의 '입법 낙제’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경제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중 폐기 법안을 가장 많이 만들어낸 것으로 집계됐다.

정기국회 개의 전인 지난달 31일 기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8,875건이다. 지난해 20대 국회를 마치면서 폐기된 법안만도 1만 1,010건이다. 통상 역대 정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100여 건의 법안이 처리된 점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에서 계류 중 폐기되는 법안만도 약 2만 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각각 마지막 정기국회 때 계류됐던 7,475건, 9,892건의 법안이 최종 폐기된 것과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법안이 두 배 이상에 달한다는 얘기다.

지난 4년여간 문재인 정부에서 여야는 헌정 사상 가장 많은 2만 6,856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극단적인 대치로 역대 최악인 20%대의 법안 가결률을 기록하며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커졌다.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도 여야 협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정기국회는 180석의 범여권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을 두고 여야가 정면 충돌하면서 시작됐다. 더욱이 오는 10월 국정감사와 11월 사상 최대의 지출이 담긴 예산안을 두고 여야 간 대치는 더욱 가열될 우려도 있다. 대적 과제인 노동과 연금, 재정 개혁 법안은 손도 대지 못한 채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날 것이라는 암울한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가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투쟁의 장이 됐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법안을 만드는 입법부의 직업윤리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편 가르기' 법안 쏟아낸 4년…연금·노동·교육 개혁은 제자리
[文정부 마지막 국회 초라한 입법성적표]
조국 사태·패스트트랙에 1만 여건 법안 폐기됐는데
巨與, 표심용은 '속전속결'…野 "독주" 비판만 바빠
내년 대선 정국 앞두고 '장기적 비전' 갖춘 법안 뒷전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 한 상임위원회 앞 복도에서 국회 관계자가 처리를 기다리는 계류 법안들을 정리하고 있다. /권욱기자


문재인 정부의 입법 마비 상황은 지난 2019년 말 ‘패스트트랙(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사태가 잘 보여준다. 정부 여당은 당시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을 구성해 위성정당을 탄생시킨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야권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장외 단식 투쟁에 나섰고 소속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맞서며 정국은 급랭했다. 이후 4·15 총선 국면에 접어들자 야권은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민생을 외면한 채 장외 투쟁에 몰입했다. 결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은 야권의 선거 참패였다.

극단적 대결 정치는 수많은 개혁과 민생 법안 증발로 귀결됐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패스트트랙이 2020년 총선 국면까지 이어졌다. 결국 국회의 법안 심사 기능과 협의 기능은 작동 불능 상황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본회의의 문턱에 오르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된 법안만 1만 1,010건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 4년여간 폐기된 법안(9,892건)보다 많다.



더 큰 문제는 21대 총선에서 국회의 입법 동맥경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점이다. 서울경제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6월 21대 국회가 개의된 뒤 올 8월 31일을 기준으로 1만 1,251건의 법안이 발의(의원 발의 기준)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8,875건, 78.8%가 계류돼 있다. 발의된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비율도 19.5%다. 이명박 정부(35.1%), 박근혜 정부(34.5%)와 비교하면 법안 가결 비율이 15%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4·15 총선 이후 탄생한 180석의 범여권이 입법 일방 독주를 선택한 점이 폐기 법안을 양산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개의와 함께 관례를 깨고 18석의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조리 차지하며 사실상 입법 일방통행을 선언했다. 거대 여당이 일방 독주를 선택하면서 정권 차원에서 중요하지 않은 법안은 진중한 논의조차 되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장기적 비전보다는 시류에 편성한 입법에 몰두해왔다. 지난해 부동산 폭등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군사작전하듯 임대차 3법을 처리했다. 민주당은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이 법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체 토론과 소위원회 회부·심사, 법조문 심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2시간 만에 처리했다. 이후 본회의에서도 단독으로 의결했다. 또 5·18역사왜곡처벌법과 기업 경영권과 지배구조에 큰 부담을 주는 기업 규제 3법 등을 법사위에서 단독으로 넘긴 뒤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이 외에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이른바 국제노동기구(ILO) 3법 역시 여당 주도로 본회의를 넘었다. 북한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의 ‘하명법’으로 불린 대북전단금지법 역시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비 28조 원이 들어가는 가덕도신공항특별법 또한 졸속 처리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래를 위한 개혁 법안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 지난해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고용 유연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법 개정안은 여당의 철저한 무시 속에 화두에 오르지도 못했다. 또 파견노동자보호법(홍준표 의원)은 물론 해외 자본으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추경호 의원) 등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풀고 기업 지배구조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개선할 법안도 진지한 심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개혁위원회설치법(최혜영 의원) 등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줄 연금 개혁 법안 역시 잠자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입법부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지 않고 있다”며 “특히 여당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대중적인 인기와 지지율을 유지하기 힘든 법안은 진중한 심사를 안 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보였다”고 꼬집었다.



뼈아픈 대목은 야당인 국민의힘마저도 개혁에 손을 놓았다는 점이다. 의석수의 열세를 방어막으로 삼아 내년 대선에서 표를 잃을 우려가 있는 개혁 법안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야당이 반대만 하며 여당에 독주 프레임을 씌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입법 활동 성과도 낮아진 것”이라며 “여당 탓을 하면서 야당도 표가 안 되는 인기 없는 입법은 안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정기국회 역시 입법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대선 전 정국 주도권을 놓고 거대 여당과 야당의 치열한 대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연금, 노동, 재정 정상화 등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 법안은 폐기되고 숙제는 차기 정부에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 교수는 “한쪽은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고 한쪽은 정권을 탈환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대선 전에는) 매번 국회가 투쟁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여당, 이번에는 노동이사제·예타무력화 …사회적 합의 없이 입법폭주 또 시동
與, 워크숍 열어 입법과제 점검
공공기관운영·국가재정법 논의
"관련법 보완 필요" 목소리에도
다수 의석 힘 빌려 강행 나설 듯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이사제 도입과 예비타당성 조사를 무력화할 수 있는 법안들을 정기국회 내에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또다시 ‘입법 폭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들이 업계 등과의 이견을 좀처럼 좁힐 수 없어 문재인 정부 내내 공전을 거듭한 만큼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야당의 반발로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하기 쉽지 않지만 여당은 현 정부 국정과제를 입법 성과로 완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의석수만을 믿은 입법 폭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고 현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중 미완 부분을 점검했다. 당시 논의 테이블에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올라왔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와 관련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은 지난해 김경협·김주영·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순차적으로 발의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안은 공공 기관이 상임이사 중 노동이사를 2인 이상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소위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노동이사제를 둘러싼 의견 차가 좁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과 달리 야당은 노동이사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앞서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열린 기재위 소위에서 “이 제도가 만일 공공 기관에 도입된다면 민간 부문에도 그 영향력이 확대돼 여러 가지 문제점이 혹시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좀 신중하게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계 역시 노동이사제가 민간 기업에도 적용될 경우 경영권이 침해돼 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워크숍에서는 예타 대상이 되는 총사업비 기준을 500억 원 이상에서 1,000억 원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논의됐다. 현행법에서 예타는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거나 재정 지원액이 300억 원 이상인 신규 사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는 김대중 정부 때 정립된 기준으로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국가재정법 개정안 역시 기재위 소위에 머물러 있다.

민주당은 개정안이 지역 사업 개시를 용이하게 해 균형 발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예타 관련 공청회에서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위한 경기 부양과 실질적인 국가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발의 목적을 설명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개정안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균형 발전 효과는 크지 않은 데 반해 세금 낭비로 미래 세대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1999년 예타가 도입된 것은 공공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 낭비를 막는 취지였다”며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예타를 계속 후퇴시키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꼬집었다. 개정안이 대선을 앞두고 재정 건전성보다 지역 표심을 의식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워크숍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양도세 비과세 기준 금액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도록 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을 입법 과제로 언급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노동이사제나 예타 문제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처럼 공론화된다면 민주당이 멈칫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두 사안은 일반 국민이 깊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멈칫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현 정부 여당은 쟁점 법안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썼다면 그동안 법안들을 밀어붙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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