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산층이 내 집 마련을 하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18년 6개월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만 해도 내 집 마련에 소요되는 기간이 10년 10개월 정도였는데 약 4년 사이에 7년 8개월이나 늘어났다. 집값이 폭등하며 소득 증가 속도를 빠르게 앞지르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3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3분위 가구, 3분위 주택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18.5로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3분위 소득 가구가 같은 3분위 가격의 주택을 사려면 18년 6개월 동안 월급 전부를 저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PIR 상승은 자산 가격이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PIR은 집값과 소득이 각각 1분위(하위 20%)에서 5분위(상위 20%)까지 5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어 총 25개 값을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 소득 가구가 상위 20%(5분위) 주택을 사려면 106년 동안 월급 전부를 저축해야 한다. 반면 5분위 소득 가구가 1분위 가격 주택을 사는 데는 3.6년이 걸린다. 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3분위 가구 및 주택 가격 기준 PIR이다. 중위소득 가구가 평균 수준의 주택을 사는 데 어느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지 추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기록한 3분위 PIR 18.5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만 해도 3분위 PIR 값은 10.9였지만 약 4년 만에 값이 7.6 늘어났다. 대출을 안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일반적인 직장인 가구의 내 집 마련 기간이 8년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오름세는 지난 정부와 비교해봐도 확연히 가파르다.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5월) 때 PIR은 9.4에서 10.9로 1.5(1년 6개월)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명박 정부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12월 11.9를 기준점으로 할 때 임기 종료 시점인 2013년 2월에는 9.4로 오히려 감소했다.
KB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3분위 주택 가격은 올 8월 기준 10억 8,337만 원이다. 2017년 5월 5억 1,602만 원이었던 것이 약 4년 사이에 두 배 이상(109.9%) 올랐다. 반면 소득 상승세는 더디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도시 지역 가구의 3분위 월 명목소득은 2017년 2분기 393만 5,815원에서 올 2분기 466만 8,410원으로 18.6% 오르는 데 그쳤다. 전국 3분위 가구 및 주택 PIR도 2017년 5월 5.7에서 올 6월 7.1로 늘어났다. 전국 기준으로도 자산 가격이 소득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의 상승은 일반적인 근로자 가구의 내 집 마련 부담이 커지고 기간도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근로소득보다 자산 소득이 가파르게 올라 근로 의욕을 꺾는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함 랩장은 “결국은 집값이 너무 오른 것이 문제”라며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고 시장에서 수요자의 힘을 키워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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