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빅딜에서 잇따라 자금조달자로 이름을 올려 주목된다. 한투는 인수규모 2조 4,000억 원에 달하는 두산공작기계에 이어 1조 5,000억 원 수준인 한샘 인수금 마련에도 총대를 멨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주식담보대출에 의존하는 인수금융의 규모가 너무 커 한투가 자금 부담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투는 한샘 인수를 위한 인수금융에 대표주선사로 참여한다. 한샘은 최대주주 지분 30.02%를 사모펀드(PEF)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롯데쇼핑에 매각할 예정이다. 총 인수가는 1조 5,000억 원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IMMPE가 3,000억~4,000억 원, 롯데가 3,000억 원을 부담한다. 이에 따라 한투가 약 8,000억 원을 은행·보험·연기금 등에서 조달해야 한다.
상장사인 한샘은 현재 주가 기준 매각 대상 지분율의 시가는 약 8,200억 원이다. 경영권 가치를 고려해도 주가를 기준으로 한 인수금융의 담보인정비율(LTV)이 100%에 가깝다. 통상 담보인정비율은 60%를 넘기지 않는다.
다만 인수가가 주가의 2배 이상 가치를 뒀기 때문에 인수가를 기준으로 한 담보인정비율은 60% 미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매각은 상장사 주가만을 기준으로 거래하지 않는다”면서 “인수금융 역시 매각 후 기업가치 상승에 무게를 둔다면 매각가를 기준으로 담보인정비율을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투는 최근 MBK파트너스가 디티알오토모티브에 매각한 두산공작기계에도 인수금융 주선사 자리를 꿰찼다. 두산공작기계에는 한투와 함께 KB증권과 우리은행이 주선사로 참여한다. 두산공작기계를 약 2조 4,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디티알오토모티브의 현금 유동성은 6,000억 원에 못 미친다. 시장에는 디티알오토모티브가 계열사 등을 동원하면 8,000억 원까지는 자체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투는 이에따라 1조 5,000억 원 이상을 금융권에서 조달해야 하는 데 두산공작기계 인수가를 기준으로 해도 LTV는 60%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한투와 우리은행은 지난해 1조 3,000억 원의 두산공작기계 차입금 리파이낸싱(자본재조정)에 참여했다 4,000억원 가량을 금융 주선에 실패해 직접 떠안은 바 있다.
인수금융은 인수자가 특수목적기업(SPC)을 세운 뒤 인수자 혹은 인수 대상 기업의 주식이나 신용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형태다. 일반 대출이나 회사채 보다 금리가 높지만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금융주선사가 대출 총액을 인수한 뒤 이를 은행·연기금·보험 등 기관투자자에 재매각하는 방식이다.
기관투자자는 평균 4% 안팎의 금리로 주식담보대출을 제공하고, 주선사는 인수금융 규모의 1~1.5%의 수수료 수익을 얻게된다.
저금리로 유동성이 넘치지만 빅딜이 많지 않아 인수금융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측면은 있다. 중흥건설이 2조 1,000억 원에 인수하는 대우건설 인수금융은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우리은행이 참여한다. 1조 7,000억 원에 매각된 휴젤은 NH투자증권이 6,000억 ~7,000억 원 규모의 자금 주선을 맡게됐다. 건설·바이오 등은 기관투자자가 대출을 선호하는 업종은 아니지만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것은 매력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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