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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은 세대 연결의 장… 적자 나도 포기 못하죠"

36년 역사 동네 서점 '풀무질' 지킴이 홍성환 대표

"지역 문화 거점·토론의 장 지키자"

3년 전 폐업 위기 책방 인수 결정

눈높이 강의·온라인 마케팅으로

서점 운영 방식 바꾸며 부활 시도

지역 상인들과 연계 사업도 계획

홍성환 풀무질 대표




“책방은 세대 간 단절을 메워주는 곳이자 시대 의식을 공유하는 토론의 장입니다. 풀무질이 사라진다는 것은 세대를 연결하고 시대 문제를 사유할 공간 중 한 곳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비록 적자가 쌓이고 있지만 책방만은 지키고 싶은 이유입니다.”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정문 앞을 36년 동안 지키고 있는 사회과학 전문 서점 ‘풀무질’의 홍성환(사진) 대표가 “비판적 사고 없이 살아가는 것은 부족 국가로 돌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동네 서점 존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출판사 ‘두루미’를 운영하고 있는 홍 대표가 풀무질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19년 1월. 풀무질이 폐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록 밴드 출신 친구인 전범선 씨와 함께 은종복 당시 대표를 찾아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인수 의향을 밝혔음에도 이를 뿌리친 은 전 대표는 이들을 만나자마자 “어떤 책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후 책방을 넘기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즉시 언론사에 알려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33년 만에 사라질 뻔한 풀무질은 이렇게 홍 대표 등과 함께 36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홍성환 풀무질 대표


홍 대표는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풀무질의 인수 이유를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 20~30대는 한자를 아예 못 읽고 50대 이상은 신종 외래어와 유행어에 공감을 하지 못해 세대 간 단절이 크다”며 “책방은 이러한 단절을 메워줄 수 있는 문화 거점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공간에 대한 갈망도 있었다. 홍 대표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대 의식을 공유하고 문제에 관해 토론하는 장이 필요한데 이러한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며 “텍스트(책)는 이런 필요성에 적합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에 들어선 홍 대표 등에게 자본이 많을 리 없다. 인수 당시 당장 갚아야 할 빚도 상당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크라우드펀딩.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당초 1,000만 원을 목표로 잡았지만 순식간이 세 배에 가까운 2,700만 원이 모였다.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금액이었다. 서점을 재단장할 때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인테리어도 했다.



서점 운영도 싹 바꿨다. 홍 대표는 “법학 관련 서적과 교재 등 잘 팔리지 않는 책들을 매장에서 치우고 좀 더 심도 있는 책들로 재단장했다”며 “강의도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한편 학교처럼 학기별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한 것도 홍 대표가 들어오면서 달라진 점이다.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풀무질을 다시 고난의 길로 끌어들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주 매출원인 강의 등 행사가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홍 대표는 “초반에는 매출이 어느 정도 오르면서 가능성이 보였다”며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적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동네 서점의 숨통을 틔워주던 공공기관 납품도 이름만 ‘책방’이라고 내건 ‘유령 서점’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납품을 확대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힘을 모으고 있다. 홍 대표는 “행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기획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판로 다각화를 위해 기업과 공공기관·도서관 등 납품처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치현 풀무질 점장


동네 서점의 강점인 지역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 중이다. 김치현 풀무질 점장은 “고객들이 혜화동을 낮에는 책을 읽고 밤에는 카페로 찾을 수 있는 지역성을 가진 공간으로 만들고 그 중심에 풀무질이 있도록 하는 게 욕심”이라며 “우리만 사는 것이 불가능한 게 현실인 만큼 다 같이 살 수 있도록 이 지역을 혜화의 향기가 물씬 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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