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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 6억 이하 아파트 10채 중 1채만 남았다

이달 14만가구…1년새 반토막

성동구 등은 100가구도 안남아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의 매매가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10채 중 1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동구 등 일부 자치구에서는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단 100가구도 남지 않거나 전체 대비 0%대로 줄어 사실상 ‘소멸’ 단계에 진입했다.

23일 서울경제가 부동산114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9월 현재 서울의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14만 609가구로 전체(124만 1,806가구)의 11.32%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78만 7,277가구·62.68%)와 비교하면 64만 6,668가구, 51.36%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서울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지난해 10월만 해도 30만 4,124가구(24.4%)가 남아 있었지만 1년 새 16만 3,515가구가 줄어 반 토막이 났다.



최근 1년간 노도강 등 중저가 지역에서 6억 원 이하 아파트의 감소 폭이 컸다. 노원구의 경우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지난해 10월 7만 868가구(61.58%) 있었지만 현재 3만 5,451가구(37.91%)만 남았다. 1년 만에 3만 5,417가구가 줄었다. 도봉구는 같은 기간 4만 131가구(72.33%)에서 2만 1,876가구(39.58%)로 1만 8,255가구 줄었으며 강북구도 9,907가구(47.98%)에서 2,663가구(13.7%)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내 서울의 6억 원 아파트 비중이 1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오르고 금융권이 대출을 옥죄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우세하다”면서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올라 중저가 아파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서울 내 중저가 아파트 감소는 결국 경기도로 수요가 이전하거나 빌라 또는 비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의 준공 34년 차인 한양아파트 전용 87㎡는 지난 6월 9억 6,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만 해도 같은 평형이 5억 7,500만 원에 거래됐지만 1년 만에 3억 8,500만 원이나 오르며 ‘고가 아파트’가 된 것이다. 같은 구 중계동의 중계성원1차아파트 역시 지난해 6월 5억 5,750만 원에 매매됐다가 이달 3일 처음 9억 원 거래가 일어나며 고가 아파트 대열에 합류했다.
서울에서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사실상 사라지고 9억 원을 넘은 고가 주택이 가장 흔한 가격대의 아파트가 됐다. 서울 내 6억 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4년 전 62.68%에서 9월 현재 11.32%로 급감한 반면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같은 기간 4.6%에서 26.96%로 네 곳 중 한 곳이 됐다. 전문가들은 금액대별 대출 규제 등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 방향을 개선하는 동시에 수요 규제 대신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응하는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광진·송파·성동 중저가 비율 0%대…갈 곳 없는 서민들


2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6억 원 이하 아파트 비율이 절반을 넘기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만 하더라도 도봉구(72.33%)와 중랑구(71.48%), 금천구(65.21%), 노원구(61.58%) 등 4개 구가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전무하다. 전세난을 못 견딘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대출 규제를 피한 6억 원 이하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6억 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자치구는 1년 전 9곳에서 현재 15곳으로 늘었다. △강남(3.31%) △강동(1.87%) △광진(0.24%) △동대문(5.28%) △동작(1.61%) △마포 3.17% △서대문(7.67%) △서초(3.12%) △성동(0.21%) △성북(7.66%) △송파(0.96%) △양천(9.33%) △영등포(3.07%) △용산(1.13%) △중구(2.41%) 등이다.

이 가운데 광진구와 성동구·송파구는 비중이 0%대로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사실상 사라졌다. 광진구의 경우 전체 아파트 2만 3,718가구 가운데 단 58가구만 6억 원 이하다. 성동구도 4만 8,906가구 중 104가구만 남았으며 송파구는 10만 8,762가구 중 1,049가구에 불과하다. 동작구(758가구)와 용산구(300가구), 중구(305가구)에서도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1,000가구도 남지 않아 사실상 소멸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6억~9억 아파트보다 15억 이상이 더 많아


한때 중저가였던 단지들은 이제 9억 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가 됐다. 이달 현재 금액대별 아파트 분포 현황을 보면 9억~15억 원대 아파트가 전체의 35.02%(43만 4,832가구)로 가장 많다.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상 ‘고가 아파트’로 분류해 각종 규제를 적용하는 9억~15억 원 아파트가 서울에서 가장 흔해진 ‘아이러니’가 생긴 것이다.

이어 15억 원이 넘는 이른바 ‘초고가 아파트’가 33만 4,819가구(26.96%)로 많았다. 처음으로 6억~9억 원 사이 아파트(33만 1,546가구·26.7%)보다도 많아졌다. 특히 서울에서 초고가 아파트 비율이 절반을 넘는 곳은 2017년 5월 한 곳도 없었지만 이제는 강남3구과 용산구 등 4개 구는 과반이 초고가 아파트가 됐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달라진 서울 아파트 지형도를 고려할 때 ‘6억 원=중저가, 9억 원=고가’라는 기존 정책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주선 홍익대 도시건축학과 교수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부터 양도세 비과세 기준, 대출 기준까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는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요 억제 대신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도심 내 수요에 부응하는 아파트 공급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정부가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 확대 계획을 발표했지만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거 형태와는 차이가 있다”며 “정비구역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서울에서 미분양이 날 정도의 아파트 공급이 이뤄져야 장기적인 시장 안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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