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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리뷰-BIFF 폐막작 ‘매염방’]홍콩 연예계 ‘큰언니’와 홍콩 황금기에 바치는 헌사

80, 90년대 화려했던 홍콩 재현하며 홍콩영화 팬들 향수 일으켜

매염방·장국영 추모 속 홍콩의 '돌아올 수 없는' 시절 그리움 드러내

영화 ‘매염방’ 스틸컷. 생전 마지막 공연에서 그는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홍콩의 딸’, 홍콩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에 서 있는 매염방의 동상에 새겨진, 그를 수식하는 말이다. 생전 수많은 히트곡과 함께 다양한 이미지 변신을 선보이며 ‘백변’(百變)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매염방은 화려했던 80, 90년대 홍콩 연예계를 대표하는 전설적 가수 겸 배우였다. 그는 2004년 자궁경부암으로 마흔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홍콩에는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15일 막을 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폐막작으로 선보인 영화 ‘매염방’은 그의 일대기를 통해 과거 홍콩의 빛나는 모습을 돌아본다. 영화제 측은 ‘매염방’에 대해 “1980년대와 1990년대,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우리가 사랑했던 매염방에 대한 드라마이자, 홍콩의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에 대한 애가(哀歌)”라고 전했다.

주연을 맡은 왕단니는 영화 속에서 젊은 시절의 매염방을 착실하게 소화해 낸다.


영화는 매염방(왕단니 분)의 어린 시절 생계를 위해 언니와 함께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던 시절부터 시작해 연예계에 데뷔하고 입지를 굳힌 후 여러 곡절을 거치다가 죽음에 이르는 일대기를 따라간다. ‘큰언니’로 불릴 정도로 호탕했던 면모와 더불어 다른 이의 시선에 상관없이 자기의 길을 가는 면모도 그대로 전한다. 엄마를 따라 언니와 함께 네 살 때부터 극단에서 노래를 부른 매염방은 어릴 때 일본어로 노래하는 극단 오빠의 모습을 보고 혼자서 일본어로 된 노래 가사를 외우는 열정을 가진 아이였다. 성인이 돼서는 성대에 혹이 생기면서 고음 구사에 어려움을 겪고 의사로부터 노래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지만, 역으로 중저음을 강조한 노래를 부르며 다른 가수와 차별화한다.

‘매염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과거 무대를 비롯해 홍콩의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해낸 대목이다. 영화는 매염방의 가수로서 면모를 강조하면서 인상적인 공연 장면을 재연하는 건 물론 과거 자료화면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과거와 현재를 교차한다. 공연 장면과 함께 홍콩의 화려했던 시절도 함께 되살아난다. 과거 홍콩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상당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영화에서 장국영을 연기한 테렌스 라우.


이 영화가 홍콩의 아름다운 순간을 그리워하는 이야기라는 점은 매염방이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절대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는 대목에서 분명해진다. 중국에 사스(SARS)가 창궐했을 당시 사비를 들여 홍콩 스타디움에서 ‘1:99’ 공연을 추진했던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룬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일상이 멈추고 모임이 제약을 받는 현 시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는 매염방과 생전 각별했던 장국영(테렌스 라우 분)을 향한 그리움도 함께 전한다. 장국영이 매염방보다 7살이나 많았지만, 두 사람은 가족이라고 할 정도로 막역했다. 장국영은 신인 시절 각종 행사에서 매염방과 동고동락하고, 관금붕 감독의 영화 ‘인지구’에는 매염방의 추천으로 주연에 캐스팅되기도 한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쌓아올린 두 사람의 유대는 장국영의 장례식과 함께 절정을 이룬다. 렁 감독은 특히 2003년 4월 장국영의 장례식을 그대로 재연하면서 그 동안 영상매체로는 본 적이 없었던 장국영에 대한 추모의 의도를 정확하게 드러낸다. 홍콩영화, 홍콩에 대한 진혼의 의미도 엿보인다.

영화에서 매염방의 조력자 에디를 연기한 고천락.


매염방을 연기한 왕단니는 과거 자료화면 속 그의 젊은 시절을 닮은 모습과 함께 캐릭터를 확실하게 소화하는데 성공한다. 신인 테렌스 라우는 생전 장국영의 대체 불가능한 아우라를 완벽히 재연하지 못하는 대신 나름의 해석으로 자기만의 장국영을 선보인다. 주연배우가 모두 신인급으로, 알려진 홍콩 배우 가운데는 매염방의 오랜 조력자인 스타일리스트 에디 역할을 맡은 고천락의 절제된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는 과거 홍콩의 화려함과 홍콩영화를 좋아했던 팬들에게 그 시절을 기억하게 만들기 충분해 보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나오는 매염방이 출연했던 영상들도 추억을 자극하기 좋은 소재들이다. 영화 속 80, 90년대 홍콩의 모습이 너무나도 화려했기에, 화면 바깥의 현 시점 홍콩이 중국 정부의 보안법 등 강력한 통제 속에 자유와 빛을 잃어가는 모습을 견주는 순간 안타까움만 커질 따름이다. 그 때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절이라는 게 너무 분명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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