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자산어보’에서는 조선의 실학자였던 정약전(설경구)이 ‘자산어보(玆山魚譜)’ 저술을 위해 어부 창대(변요한)에게 해양생물학 관련 지식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홍미잘은 무슨 뜻이냐?” “미잘은 똥구멍이고 똥구멍은 빨강께.”
“청어가 동해가 아니고 서해에서도 잡히느냐?” “동해 청어는 등뼈가 74마디고, 여그 청어는 등뼈가 53마디인 것이 다르지라.”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자산어보’는 유형문화재지만 그 안에 담긴 19세기 토종 어류의 형태·습성, 선조들의 어구(漁具)·어법(漁法) 등에 관한 ‘전통 지식’은 무형문화재의 영역에 속한다.
문화재보호법은 무형문화재의 유형을 보다 넓게 정의하고 있는데 판소리·탈춤 등이 포함되는 전통 공연·예술, 나전장 등의 전통 기술, 진도씻김굿과 같은 의례·의식, 택견 등 놀이·무예 외에도 김치 담그기와 같은 전통 생활 관습, 구전 전통 및 표현, 마지막으로 전통 지식까지도 무형문화재로 본다.
전통 지식 분야의 경우 2016년 법령에 추가됐는데 ‘민간 의약 지식, 생산 지식, 자연·우주 지식, 그 밖의 전통 지식 등’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2017년 5월 해녀와 관련된 기술·지식·의례 등의 문화가 통합된 개념인 ‘해녀’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은 전통 지식 분야의 최초 사례다. 이후 ‘제염(製鹽)’ ‘전통 어로 방식-어살(漁箭)’ ‘인삼 재배와 약용 문화’가 전통 지식 분야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는 ‘갯벌어로’ 지정이 예고된 상태다.
유네스코는 전통 지식을 태평양 공동체가 태평양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보았다. 전통 지식은 단순히 과거 선조들의 삶의 ‘지식’이라는 가치를 넘어 공동체를 유지하고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현명한 삶의 방식으로서 가치를 가진, 우리가 보호해야 할 무형문화재다. /한나래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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