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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비즈] “시스템 반도체 中企 사업? 정의부터 잘못됐다” 반도체 원로의 한 마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30년사 특별인터뷰

권오현 전 회장 등 시스템 반도체 전략 조언나서

삼성전자 ASML 인수포기 에피소드도 공개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30년사(1991~2021)




한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를 거머쥐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야 한다고 권오현(69·사진) 전 삼성전자 회장(현 상임고문)이 조언했다. 권 고문의 이 같은 발언은 삼성전자가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를 위한 제2공장을 만들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존재감을 넓혀가는 행보와 궤를 같이해 눈길을 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권 고문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최근 발간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30년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고문은 반도체산업협회 제6대(2008~2011년) 협회장이다. 권 고문은 특별 인터뷰에서 “시스템 반도체 업종에 대한 정의부터 잘못됐다”며 “다품종 대량생산 비즈니스인 시스템 반도체는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해내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 대응이 가능한) 큰 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크게 성장한 인텔이나 퀄컴의 사례를 들며 “한국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은 소수를 제외하면 1,000억~2,000억 원 규모에 머물고 있다”며 “2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짚었다. 권 고문은 그렇기에 이전과 같은 방식, 즉 중소기업에만 초점을 맞춰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겠다고 접근하면 기대한 만큼 성과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서울경제DB


그는 한국이 반도체 제조 분야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기술 고도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 국가에서 반도체 자립을 강조하고 있지만 분업화는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삼성전자나 대만의 TSMC를 반도체 회의에 초대하거나 미국 내 팹 투자를 주문하는 것은 삼성이나 TSMC의 기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그는 “반도체 자립 움직임을 잘 활용하면 기회가 생긴다.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면 언제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기술이며 기술을 잃어버리면 찬밥 신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지니어 출신 전문 경영인인 권 고문은 지난 2004년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2008년 반도체사업부 총괄사장을 거쳐 201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에 오른 뒤 이후 5년간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직을 끝으로 지난해 고문으로 물러났다.



한편 반도체산업협회 30년사에는 삼성전자가 과거 네덜란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업체 ASML 인수를 추진했다는 후일담도 나왔다. ASML은 EUV를 이용해 5나노미터(㎚) 이하 웨이퍼에 초미세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는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할 수 있는 업체다. 초미세 공정 한계 돌파와 극복과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장비로 평가 받는다.

김광호 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제공=한국반도체산업협회


반도체산업협회 초대 협회장(1992년~1997년)을 지낸 김광호(81)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사건에 대해 “1982년 필립스가 삼성전자에 ASML(당시 ASM) 인수를 제안해 현지 실사를 위해 미국 본사를 찾았다”고 밝혔다. 김 전 부회장 다만 “ASML은 당시 업력이 짧았고, 삼성도 사정이 넉넉지 않아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며 “세계 유일의 EUV 노광장비 구현 기술을 따져 보면 안타까움이 남기도 한다”고 회고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기준 이 회사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업계 원로인 김 전 부회장 “ASML이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성공한 것처럼 반도체 원천 기술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최소 3~5년이 소요된다. 비메모리 기술 개발에 장기전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초 연구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은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남의 것에 의존하지 말고 우리 원천 기술로 반도체 시대를 선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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