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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은 비싼 수업료 내고 유턴..."실패 인정하고 비상계획 발동해야"

[중대기로 선 위드코로나]

성급한 일상회복에 방역 느슨해져

연말 신규 확진자 1.1만명 이를듯

위중증 예측 실패 의료여력 한계

병원당 85명 관리 재택치료도 허점

전문가 "방역고삐 다시 죄어야"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의 음압병동에서 의료진이 분주한 모습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 1일 코로나19 거점 전담 병원으로 추가 지정돼 모든 병상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할 계획이다./연합뉴스




연일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이제라도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실패를 인정하고 ‘멈춤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19일 ‘자유의 날’을 선언하며 세계 최초로 일상 회복을 도입했던 영국이 약 5개월 만에 1만 7,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처를 입고 백신패스 도입 등 방역 강화에 나선 것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라도 준비가 부족했던 일상 회복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비상계획’을 발동해 확산세를 멈춰야만 연일 급증하는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9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일상 회복이 시행된 후 위중증 환자는 연일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사망자 수 역시 급증하고 있다. 6일부터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했지만 확산세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현재 유행이 심해질 경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최대 1만 1,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이유로 성급한 일상 회복 시행이 가장 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 9월 추석 연휴 직후 3,000명을 기록했던 신규 확진자가 10월 들어 1,000명대로 진정세에 들어서자 일상 회복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접종 완료율 70%는 명분을 심어줬다. 방역 수칙 완화에 일상 회복 기대감으로 방역이 느슨해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고령층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있었다. 일상 회복으로 이동량이 늘자 고령층 확진자와 위중증자가 급증했다. 신규 확진자 중 60세 이상 고령층의 비율은 34%, 위중증자 중에서는 83%에 달한다. 정부는 10월 하순에야 부랴부랴 고령층 추가 접종을 시작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부스터 샷에 속도를 내야 한다”면서 “올해 초에 맞은 고령층의 경우에는 3차 접종을 3개월 만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는 간격을 4개월로 잡고 있고 4개월이 되지 않으면 맞혀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위중증 환자 예측 실패는 가장 뼈 아픈 부분이다. 이날 수도권 내 코로나19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전날보다 늘어 85%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서 입원을 기다리는 확진자는 1,003명에 달한다. 최근 한 달간(10월 31일∼12월 4일) 병상 대기 중 사망자는 29명이다. 예상보다 위중증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병상과 의료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보니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역시 “위중증 환자 수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늘어 의료 체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실책을 스스로 인정했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의료계에서 위드 코로나 전에 의료 체계부터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면서 “기름 없이 고속도로에 나간 상황과 같다”고 질타했다.

재택치료도 허점투성이다. 이날 재택치료자는 1만 8,404명에 달하지만 협력 병원은 216여 곳에 불과하다. 한 병원당 85.2명의 재택치료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 연일 코로나19 환자가 병원으로 밀려드는 상황에서 재택치료 환자들까지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8일 뒤늦게 의원급에 재택치료자 관리 협력을 요청하고 재택치료자의 건강 모니터링 일수를 7일로 줄였지만 현재의 의료 인프라로는 ‘방치 수준’이라는 토로가 나온다. 김 교수는 “기저 질환자와 고령층은 경증에서 시작하더라도 건강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다”며 “처음부터 젊은 층으로 재택치료를 전환하고 고령층 위주로는 입원을 시켰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상 회복 시행 이후 확진자 비중이 20% 안팎에 달하는 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 정책도 대표적인 실패다. 전면 등교를 앞두고 충분한 설득을 통해 청소년들의 접종률을 끌어올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고 결국 학원·독서실 방역 패스 적용 같은 강제적 방안을 꺼내들면서 오히려 반발만 커지는 양상이다. 실제 이날 0시 기준 12~17세의 접종 완료율은 34.1% 수준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에서야 “정부가 12~17세의 예방접종 효과를 분석한 결과 예방접종을 통한 감염 예방 효과는 96.1%로 나타났으며 2차 접종군에서 위중증 환자는 없었다”면서 “이상 반응 의심 신고율은 0.28%(10만 접종당 277.9건)로 성인보다 낮은 만큼 적극적으로 접종을 해달라”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방역 수칙 적용만이 현재 ‘죽음의 계곡’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위드 코로나라는 말을 걷어내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한 상태에서 점진적인 일상 회복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교수 역시 “유행을 감소 추세로 전환하려면 강제적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손실보상이 뒤따르지 않으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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