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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갈등에 매그나칩 中 매각 무산…국내 반도체 M&A도 불똥 우려 [뒷북비즈]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 매각이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인수합병(M&A)을 지렛대 삼아 성장을 모색 중인 국내 기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매그나칩은 13일(현지 시간) 중국계 자본 와이즈로드캐피털에 대한 주식 매각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매각승인심사 신청도 철회하기로 했다.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이번 매각을 불허한 것이 결정적 이유다.

지난 3월 계약이 성사될 때만 해도 무산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매그나칩이 주력으로 삼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설계·제조는 첨단 기술에 못 미치고 인수 주체도 펀드인 만큼 미중 간 기술 패권 다툼과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반대 기류가 점차 강해졌고 결국 국가 안보의 위험성을 이유로 M&A는 결렬됐다.

이에 대해 국내 산업계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미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계획할 M&A가 비슷한 이유로 국가별 심사 관문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를 위해 중국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SK하이닉스나 3년 내 M&A를 선언한 삼성전자도 매그나칩 반도체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결렬 과정을 심도 있게 점검하고 있다”며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나 미중과 연관된 M&A에 가시밭길이 예고된 셈”이라고 우려했다.

매그나칩은 2003년 말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의 시스템반도체 부문을 떼어내 미국 씨티벤처캐피털에 매각하면서 설립된 회사로 충북 청주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SK '인텔 낸드' 인수·삼성 M&A도 불똥 우려

매그나칩 반도체의 중국 자본 매각 무산은 미중 갈등이 국내 반도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향후 미국과 중국 외에도 유럽·일본·대만 등 주요 선진국 간 반도체 패권 전쟁이 심화하면서 자국 우선주의 기조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인수합병(M&A)이나 글로벌 기업 간 협력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매그나칩 DDI 칩/사진 제공=매그나칩




매그나칩은 지난 3월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이 회사 주식 14억 달러(약 1조 6,553억원)어치를 사들인다고 밝혔다.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중국계 사모펀드라는 소식에 업계에서는 회사 주력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용 칩 기술과 OLED 패널 영업 비밀이 ‘반도체 굴기’를 노리는 중국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올 5월 김영준 매그나칩 대표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펀드는 순수 재무 투자 회사라고 강조했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과 경영 간섭은 일절 없을 것이고 향후 한국 반도체 시장에 3,40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매그나칩은 국내 업계는 물론 미국의 견제를 피하기 힘들었다.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올 8월 매그나칩에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리스크를 확인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매그나칩은 수개월간 CFIUS를 설득했지만 결국 매각을 전면 철회했다. 이에 김 대표는 “매각 철회는 실망스럽지만 매그나칩은 독립 법인으로서 가치 창출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회사의 지속 성장과 이윤 창출을 위한 기존 투자 계획은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매각 이후 그렸던 사업 밑그림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으로 발생할 수 있는 14억 달러와 위약금 7,020만 달러의 무게감은 질적·양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

더 큰 문제는 매그나칩 사례처럼 향후 벌어질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이 예상치 못한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더욱 올라가는 것이다.

가장 가까이 직면한 문제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및 키파운드리 인수 건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90억 달러(약 10조 3,000억 원)를 들여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반독점 심사 승인이 1년 3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해외 기업이 M&A로 몸집을 불리는 것을 꺼리는 중국 당국의 언짢음이 기저에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낸드 업계 4위에서 2위로 뛰어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인수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올 10월 발표한 키파운드리 인수 건도 각국 규제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의 향후 M&A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설계 기업 NXP 등 유력 칩 업체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각국 M&A 승인이 상당히 까다로워져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반도체 기업 외에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국내 각 산업계 크고 작은 M&A 건도 세계 주요국 심사를 받고 있어 예상치 못한 대외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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