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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가 직접 판매 보수 거둬라"…공모펀드 시장 확 바뀐다

[금융위 '펀드 판매보수 개편 연구용역' 보고서 들여다보니]

판매보수 대부분 '1%' 근접..운용보수보다 높아 문제

일반 리테일 채널보단 '판매사 포트폴리오'에 先적용

'판매 경쟁' 촉진해 공모펀드 시장 부진 돌파구 마련

'판매·운용 보수' 공시 정책도 손질해 경쟁도 높여야"





금융위원회는 국내 은행·증권사가 공모펀드 판매 보수를 직접 책정하고 고객들로부터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펀드에 같은 판매 보수만을 적용하는 현행 제도 때문에 판매사들의 보수 할인 유인은 줄어들고 이는 고스란히 펀드 투자자에게 전이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정상적인 판매 시장을 교정하지 않고서는 가뜩이나 위축된 공모 펀드 시장 활성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의뢰를 받아 공모 펀드 판매 보수·수수료 제도 개선안을 연구한 자본시장연구원·한국금융연구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두 연구 기관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금융 싱크탱크로 꼽힌다.

19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자본연·금융연의 ‘펀드 판매보수·수수료 체계 개편 방안’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가 고객으로부터도 직접 판매 보수를 수취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들은 펀드를 판 대가로 ‘판매 보수’와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투자자에 부과하는 판매 수수료와 달리 판매 보수는 고객에 대한 지속적인 용역 명목으로 ‘펀드 재산’의 연평균 가액 중 1% 이내로 받는다. 자산운용사가 집합 투자 규약을 통해 판매 보수율을 정하면 모든 판매사는 이 규약에 따라 똑같은 보수를 받는 식이다.

연구진은 자본시장법을 개정한 뒤 아예 ‘고객’에만 수수료를 매기는 펀드 유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판매 보수율이 0으로 설정된 상품을 판매할 때만 판매사가 고객으로부터 보수를 수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기존처럼 펀드 자산에서 판매 보수를 수령하면서 고객에게도 따로 보수를 받게 된다면 ‘중복 수취’의 가능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점 등 일반 리테일 채널에서 팔리는 공모 펀드보다는 랩어카운트·퇴직연금·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판매사들이 자체 포트폴리오를 통해 굴리고 있는 펀드에 대해 우선적으로 판매 보수 개편안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일임형 ISA나 랩어카운트 등에서는 판매사가 고객 대신 상품을 선택해 이해 상충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설명이다. 일부 퇴직연금·ISA·랩어카운트에서는 이미 계좌 관련 보수를 정기적으로 수취하고 있어 투자자에게 직접 판매 보수를 거둬가는 방안을 도입하기 더 용이하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연구진은 “(제도 개편) 전면 의무화 시 금융사들이 공모 펀드에 대한 마케팅 수준을 낮추고 주가연계증권(ELS)·사모펀드 등 판매 대가를 상품 쪽에서 수취하는 다른 금융투자 상품 판매를 장려할 수 있다”며 “랩어카운트·퇴직연금·ISA 등 해당 우려가 작은 분야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제도, 펀드 판매 경쟁 크게 제한해


이처럼 투자자에게 직접 펀드 판매 보수를 수취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현행 제도가 펀드 판매 ‘시장 경쟁’을 훼손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판매사가 이벤트를 통해 A 고객에게 판매 보수율이 1%로 정해져 있는 공모 펀드의 보수율을 0.7%로 낮춰 받으려고 해도 할인분은 A에게 온전히 돌아가지 않는다. 이 0.3%의 할인분이 펀드 재산에 귀속돼 모든 투자자에게 균등 배분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현재는 개별 판매사가 임의로 판매 보수의 수준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고 동일한 공모 펀드 상품에 대해 모든 판매사는 같은 가격을 받고 판매해야 한다”며 “상품의 유통 시장이라면 마땅히 존재해야 할 경쟁 구도가 공모 펀드 판매 시장에서는 심각하게 제한된다”고 해석했다.

일률적인 판매 보수는 중소형 금융사의 펀드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어떤 판매사에서 상품을 가입하든 고객이 내야 할 판매 보수는 똑같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가격 할인은 후발 주자들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흔히 활용하는 전략인데 공모펀드 판매 시장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대부분의 공모 펀드는 사모펀드나 파생결합증권(DLS)과 달리 공급량이 제한적이지 않아 희소성을 부각하는 전략도 펼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제한된 시장 경쟁이 판매사·투자자 간 ‘이해 상충’ 유인을 더 늘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품질의 공모 펀드보다 판매 보수를 높게 주는 상품을 취급하려는 경향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산운용사들은 판매사들의 ‘추천 상품’ 명단에 자신의 펀드를 등록하기 위해 일부러 높은 판매 보수를 책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연구진은 “오프라인 창구에서 판매되는 주요 주식형 펀드의 판매 보수가 법정 상한(고정형 기준 1%)에 근접해 있다”며 “대부분의 판매 보수가 운용 보수보다 훨씬 높게 책정돼 고객이 공모 펀드에 지불하는 비용의 상당수가 운용보다 판매 서비스 지불에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판매 보수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파악하기 힘든 ‘숨은 비용’이라는 점이다. 투자 설명서 등에서 판매 보수율을 명시하고 있으나 금융 지식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은 판매 보수율을 이해·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의 ‘가입 펀드에 대한 인지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7%만 “판매 보수를 알고 있다”고 답변해 자산 운용사(84.9%), 투자 대상(83.1%), 투자 자산 구성 내역(70.8%)보다도 인지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 보고서가 이번 제도 개편과 함께 ‘판매 보수 공시’ 정책도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한 이유다. 연구진은 “판매사는 펀드 및 판매사 측에서 각각 부과하는 비용을 구분해 고객에게 설명하고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안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판매사의 보수율이 펀드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높은 판매 보수는 부정적인 사안이었다”며 “현재의 판매 구조는 판매사의 핵심성과지표(KPI)를 채우는 쪽에 치우쳐 있었는데 이 같은 관행이 어느 정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결국에는 판매사에서 선제적인 움직임이 나와야 하는데 이번 제도 개편이 은행·증권사 쪽의 판매 관행에 영향을 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외주식·ETF·직접투자에 밀려…공모 펀드 '전성기' 대비 반토막




국내 공모 펀드 시장은 지난 10년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비록 올해는 ‘박스피’ 영향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성장에 힘입어 공모 펀드 시장에 조금 온기가 돌고 있지만 ‘전성기’로 여겨졌던 2000년대 중반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 전통적인 주식형 공모 펀드의 경우에는 ETF 등 직접 투자에 적합한 상품이 대거 등장하는 가운데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오프라인 점포의 펀드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라 돌파구를 꾀하기는 만만찮은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ETF를 포함한 주식형 공모 펀드의 설정액은 총 74조 6,952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21% 증가한 액수다. 해외 주식형 공모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던 영향이 컸다. 해외 주식형 공모 펀드의 설정액은 지난해 12월 말보다 8조 1,345억 원(57.6%) 늘어난 22조 2,64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공모 펀드 설정액은 10.2% 증가해 47조 5,626억 원에서 52조 4,312억 원으로 불어났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각종 테마형·액티브 ETF 개발에 나서면서 공모 펀드 ‘외연’이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상장 ETF 순자산은 2019년 50조 원대에서 올해 12월 70조 원대까지 성장했다. 퇴직연금 시장 성장에 맞춰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맞춤형 상품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공모 펀드 시장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ETF 시장 성장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국내 주식형 공모 펀드 시장은 과거 대비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2008년 말 주식형 공모 펀드 설정액은 총 130조 6,708억 원에 달했다. 2000년대 중반 불었던 ‘적립식 펀드’ 열풍이 정점을 찍었을 때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 영향으로 2009년 말 117조 9,985억 원으로 줄어들기 시작하다가 급기야 지난해 말에는 61조 6,921억 원까지 감소하며 연말 기준 2006년(40조 4,625억 원) 이후 최저 수준으로 위축됐다.

공모 펀드 시장이 오랜 기간 침체기를 걷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2000년대 중반 금융사들의 권유로 적립식 펀드 투자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 위기로 큰 손실을 보면서 공모 펀드 시장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영향이 컸다. 2019년까지 국내 증시가 ‘횡보세’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던 것도 펀드 투자를 꺼리게 했다.

최근에는 금융사들의 공모 펀드 ‘직접 판매’도 부진한 상황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판매사들의 주식형 공모 펀드 판매 잔액은 올해 10월 말 기준 31조 원으로 2017년 말(42조 원) 대비 26.2% 줄었다. 최근 사모펀드(PEF) 사태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이 겹치면서 판매사들의 펀드 취급 유인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들이 펀드 판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일반 주식형 공모 펀드를 취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직접 투자’ 성향이 강해진 것도 변수다. 해외 주식 시장이 대표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1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을 총 216억 7,794만 달러(약 25조 5,995억 원) 순매수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197억 3,412만 달러)보다 9.8% 많은 액수다. 한국거래소와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의 거래 비중은 48.4%로 하락했으나 지난해 4월부터 올해 9월까지는 이 비율이 18개월 연속 60%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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