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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강화 부르짖더니…대선 앞두고 180도 말 바꾼 정부

[1주택 보유세 완화]

■ 오락가락 정책에 신뢰 추락

"실효세율 OECD 하위권" 주장하다

李 요청 보름만에 "稅부담 완화 필요"

공시가 동결·상한선 인하 등 검토

대부분 입법절차없이 시행 불가능

선거용 땜질대책 전락 우려 커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대선을 석 달여 앞두고 돌연 1주택자 보유세 완화로 부동산 세제의 방향을 선회하면서 ‘말 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된 뒤 ‘세금 폭탄’ 논란이 일자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보유세 완화를 요구한 지 불과 보름여 만에 정책을 뒤집으면서 정부 정책 신뢰도도 함께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열린 제3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1주택 보유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해주는 보완책을 검토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또한 내년도 표준주택·표준지의 공시가격 상승률을 발표하면서 “내년에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재산세·건강보험료 등의 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해 국민의 부담이 증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과 코로나 등에 따른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보유세 완화 방안으로는 올해 기준 공시가를 내년도 세금 계산에도 그대로 적용해 세금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하거나 세 부담 상한선 인하,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 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를 거쳐야 해 대선이 지나면 모두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달 종부세 논란이 커지자 조세재정연구원이 올해 4월 내놓은 자료를 인용해 국내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8개 회원국 평균(0.54%)보다 낮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이 자료의 비교 시점은 지난 2018년으로 공시가격 급등과 종부세율이 강화된 현재 주택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보유세 비판론이 일자 오류가 담긴 근거 자료를 내세워 셀프 방어에 나서다 대선 주자의 하명이 떨어지자 돌연 보유세를 완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금 부담 완화 조치를 이어왔고 다주택자 양도세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정책적 모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집값 급등에 따라 부동산 보유세 부담은 급증하면서 집주인들의 분노는 부글부글 끓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22%로 2017년(0.78%) 대비 0.44%포인트 급증해 OECD 평균(1.07%, 2018년 기준)을 훌쩍 웃돌았다.

부동산 세금이 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대선 후보들은 모두 각종 부동산 세금 완화책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종부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물론 여당 후보인 이 후보조차도 1주택자 보유세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 등 세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갑작스럽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호응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우선 완화 방법으로는 내년도 보유세 및 건강보험료를 산정하는 데 있어 기준을 올해 공시가격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과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20일 논의했다. 다만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공시가를 그대로 적용해 내년 세 부담이 일시적으로 낮아지더라도 내후년에는 두 차례 오른 공시가가 적용된 ‘세금 폭탄’이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 현재 1주택자에 대해 적용되는 150%의 보유세 부담 상한 및 올해 기준 재산세와 종부세에 각각 60%, 95%가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급속하게 늘어난 종부세 부담과는 관련, 고령 1주택 보유자에 대해 납부를 유예해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공시가격을 토대로 계산되는 국민건강보험료와 지급 여부를 가리는 기초연금에 공시가격 대신 조정계수를 도입하는 것도 논의 대상이다.

다만 이처럼 제도를 손질하기 위해서는 입법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입법 절차를 거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해당 내용이 표심을 노리고 제안된 만큼 선거가 끝난 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보유세 완화 방안들이 표심 잡기에 급급한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책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을 맡고 있는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이 같은 대책들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마음 없이 임시방편만 내놓고 있다”며 “공시가 현실화율 및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이전처럼 완화하고 세금 납부액이 납세자들에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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