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경제성 관련 자료를 지우거나 이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공무원 3명의 재판에서 검찰이 530건의 삭제 문건을 공개했다.
대전지검은 18일 오후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A(53)·B(50)·C(45)씨 등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 사건 2차 공판에서 디지털 포렌식 복구 등 작업을 거친 자료들을 증거로 제시했다.
수사팀 검사는 “감사원이 포렌식을 통해 확인한 444개 자료에 더해 수사 과정에서 102개를 추가로 확인해 총 546개의 자료 삭제 사실을 파악했다”며 “이 중 16개는 복구할 수 없어서 최종적으로 530건을 (증거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530개 가운데) 135개는 피고인들이 삭제한 게 명확해 보이나, 출력할 수는 없었다”며 제목만 공개했다. 다만 삭제된 530개 중에는 ‘수정본’이나 ‘버전 2’ 등 완성본이라고 볼 수 없는 자료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삭제 자료 중에는 정부 에너지 전환 로드맵 후속 조처에 따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청와대 보고 문건이 포함돼 있다.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으로 나올 필요가 있고, 이는 청와대에 이미 보고된 만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한수원 사장에 대한 요청 사항 문건도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채희봉(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 요청사항’, ‘국무총리 지시사항’, ‘반원전 활동에 대한 대응 논리 수립’ 문건도 삭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원전수출 산업화 등 ‘친원전’ 성격의 자료와 장관·출입기자단 만찬 참고 자료 등 월성원전과 동떨어진 내용의 것들도 혼재돼 있었다.
향후 공판에서는 530개 문건 전체를 법에서 규정한 공용전자 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앞서 피고인들 변호인 측은 “삭제된 자료 중 완성본이라고 볼만한 문서는 44건”이라며 “이들 문서조차 산업부 서버에 남아있는 만큼 원본 파기 행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3월 15일) 때부터 검찰과 피고인 측이 신청한 증인들을 차례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증인 규모가 10명 안팎으로 많은 데다 질의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재판은 상당히 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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