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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면 될 일 1주 걸려...밤샘도 부쩍 늘어"

[불신만 키운 검경수사권 조정 1년]

<2>업무 폭증에 수사 마비된 경찰

검찰 업무 넘어오면서 일 급증

사건처리 55.6일→64.2일로

격무에 인력 이탈...'초짜' 채워져

"실무·과학분석 교육 강화해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소속 수사관들이 지난해 12월 30일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양평군청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옮기고 있다. /양평=연합뉴스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생기고 나서 업무 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5~6배 늘어났습니다. 일은 자꾸 내려오는데 인력은 그대로인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서울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 A 씨)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처음 쥐었던 지난해 일선 경찰 수사관들은 밤을 지새우는 날이 예년보다 부쩍 많아졌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 폐지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막강해졌지만 덩달아 일선 관서의 업무량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업무 증가와 그에 따른 사건 처리 지연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64.2일로 수사권 조정 전인 2020년(55.6일) 대비 9일가량 늘었다. ‘한국형 FBI(미국 연방수사국)’를 표방하며 지난해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했지만 지휘 체계와 전담 인력 운영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어서다.

지난해부터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되고 경찰로부터 넘겨 받은 사건에 대해 보완 수사만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검찰의 보완 요구도 급증했다. 경찰의 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 보완 수사 요구율은 2020년 4.6%에서 지난해 10.9%로 뛰었다. 국수본 관계자는 “바뀐 제도와 새로운 절차를 익히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이전 같으면 검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들도 법적으로 경찰에 보완을 요구하는 게 원칙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후 수사관들이 직접 써내야 하는 문서도 급증했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으로 사건을 자체 종결할 경우 과거 검사들이 맡았던 결정서를 경찰이 직접 작성해야 하는데 수사관들은 익숙하지 않은 공소시효, 사실, 쟁점, 법리 판단을 결정서에 담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불송치가 결정되더라도 검찰의 재수사 요청과 시정 조치 요구, 고소인의 이의 신청이 들어오면 다시 사건을 들여다봐야 한다. 올해부터 피의자가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를 부인하면 증거 능력까지 제한되면서 수사관이 혐의 입증을 위해 직접 재판에 출석해 증언해야 하는 부담까지 생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 내 수사 부서를 기피하는 현상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업무에 비해 승진 기회가 적은 수사 부서 대신 비수사 업무에 지원하는 경찰관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사관의 13.3%가 수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초짜’로 채워졌다. 특히 경제 수사관은 경력 1년 미만 비율이 30%에 육박한다. 수사관 자격 요건(수사경과)을 갖춘 경찰관이 수사경과 정원보다 많은데도 지원자 찾기가 어려워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나중에 수사경과를 취득하는 조건으로 수사관으로 채워 넣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경찰청은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인 경과 해제를 단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사경과자 3만 3,615명 중 1,903명의 경과를 해제시켰다. 또 수사관들을 달래기 위해 올해 443명을 증원하고 서류 제출을 간소화해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 밖에 변호사·회계사 등 수사 전문 인력 341명을 채용하고, 장기적으로 수사관 자격 관리 제도를 수사관 전원에게 적용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경찰은 수사관들이 요구하는 인센티브 확대도 검토 중이지만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일선 수사관들 사이에서 인센티브 제공과 인사고과 반영 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파출소·지구대 등 타 업무자들도 다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단발적인 인력 채우기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수사관의 실무 능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 교육 기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경찰의 연이은 현장 대응 부실 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장 상황에 맞는 수사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관들의 교육 훈련을 확충하는 동시에 현장 상황과 시나리오별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실무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기법이 개발돼야 한다”며 “변호사나 회계사를 많이 뽑는다고 해서 수사 능력이 단기간에 향상되지 않기에 과학수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분석, 바이오 정보 분석 능력을 갖춘 수사관들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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