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정부의 ‘묻지 마 신재생’ 보급 정책으로 한국전력의 배전 설비 구축 부담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등 신재생 설비는 소규모 형태로 전국에 퍼져 있어 해당 설비를 일일이 전력 계통망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상당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 연료비 급등으로 한전의 재정이 역대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 관련 부담으로 한전의 재무 상황 개선이 요원하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배전 설비 구축 관련 예산은 2018년 2조 8808억 원에서 올해 3조 6126억 원으로 20% 이상 증가했다. 한전이 배전망 구축에 투입해야 하는 예산만 4년 새 8000억 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은 예산 급증은 신재생 설비 보급 과속 정책과 관련이 깊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9년 초 1만 3579㎿ 수준이던 신재생 설비는 이달 2만 6096㎿를 기록해 3년 반 만에 2배가량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규모 발전소에 적용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비율을 꾸준히 상향하는 방식으로 신재생 설비를 빠르게 늘렸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자력발전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신재생 설비를 늘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반면 석탄발전 등 대형 발전소의 전력 송출과 관련된 송·변전 관련 예산은 2018년 2조 9377억 원에서 올해 2조 7943억 원으로 줄었다. 고압선로 설치와 관련한 지역사회의 반발 등으로 송·변전망 구축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송·변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을 경우 자칫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한전의 전력망 투자 부담은 이전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에 따라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전력 계통 혁신 방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력망 보강에 총 78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망 보강을 위해 47조 5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예측했지만 NDC 상향으로 관련 부담이 30조 원 이상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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