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또 한 차례 낮춘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0.5%포인트 내려 잡은 게 불과 석 달 전이지만 글로벌 경기가 예상보다 더 크게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그 이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의 회담 내용을 공개했다. 추 경제부총리는 “IMF 총재가 ‘세계 경기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고 말했다”면서 “분위기를 볼 때 조만간 발표될 IMF 성장 전망치가 추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IMF는 4월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4%에서 3.6%로 낮춰 잡은 바 있다. 전망치를 수정한 지 3개월 만에 또다시 큰 폭의 하향 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IMF는 수정한 전망치를 이달 말 내놓는다. 특히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주요국 대비 둔화 폭이 크지는 않겠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를 비켜갈 수는 없다는 게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판단이다. 앞서 IMF는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낮췄다.
추 부총리는 특히 “연간 물가 상승률이 기존 정부 전망치인 4.7%를 상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9~10월까지는 불안한 양상이 갈 것 같다”면서 “연말 즈음 (물가) 수치 전망에 있어서 변동 사항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7% 이상의 물가 상승률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는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단기적인 물가 수준은 농산물 일부 수급이 기상 여건 때문에 현재보다 일시적으로 오를 수는 있다”면서도 “7~8%의 물가가 지속해서 나타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방한을 앞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외환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옐런 재무장관은 19일 한국을 찾는다. 다만 추 부총리는 한미 통화 스와프 재개 가능성에는 말을 아꼈다. 추 부총리는 “금융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공조 방향을 찾겠다”면서도 “통화 스와프는 재무부의 업무가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할이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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