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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한훈 "부동산 보유현황 세분화한 통계 추진…맞춤형 정책 수립 돕겠다"

[서경이 만난 사람] 한훈 통계청장

■대담=이상훈 경제부장

통계청, 부처·기관 흩어진 자료 종합하는 '데이터허브' 거듭 날것

조사-공표 시차 커…민간과 협력, 주단위 공개 등으로 시의성 확보

시대 변화에 맞춰 배달 비용 반영 등 물가 조사방식 개편도 검토

한훈 통계청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나라셈도서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통계청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 통계청의 역할은 통계를 정확하게 작성하고 발표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사회가 급속히 바뀌고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지금 같은 사회에서는 통계청이 정부의 의사 결정을 돕는 통계를 발 빠르게 제공해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훈(54·사진) 통계청장은 12일 서울 강남구 나라셈도서관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통계청이 정확한 통계 작성을 넘어 과학적인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통계 작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통계청이 각 부처와 기관에 흩어져 있는 통계를 하나로 모아 종합적인 통계를 생산하는 ‘통계 데이터허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간기업의 데이터도 적극 활용해 시의성 있는 통계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대로 된 통계가 있다면 우리 경제에 뇌관이 되고 있는 부동산, 가계부채, 연금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 청장은 시대 변화에 맞춰 배달, 자가 주거 비용 등을 반영하는 물가 조사 방식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한 청장은 “(특정 목표를 염두에 둔) 지향성 있는 통계를 작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료를 활용한 종합적인 통계를 만들 것”이라며 “정책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담=이상훈 경제부장

한 청장은 우기종 전 청장 이후 11년 만에 나온 기획재정부 출신 통계청장이다. 정책 수립을 뒷받침할 통계 작성을 강조한 것은 약 30년간 정책 당국에 몸담아온 경험과 무관치 않다. 한 청장이 최근 관심을 두는 분야는 부동산이다. 한 청장은 “부동산 소유 실태를 보다 촘촘하게 담은 통계를 개발하려 한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작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통계청이 발표하는 부동산 통계로는 ‘주택소유통계’가 있다. 가구별·성별·연령별 주택 소유 현황을 담은 통계로 연말마다 발표된다.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평균 주택 수와 자산가액, 주택 소유자의 연령·성별 등이 담긴다.

한 청장의 구상은 기존 부동산 통계를 통계청 내 다른 자료나 여러 기관에 흩어진 자료와 연계해 부동산 보유 실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통계를 공표하는 것이다. 한 청장은 “기존 부동산 통계에 청년 인구 현황과 관련한 자료를 엮으면 청년의 부동산 소유 현황을, 아동 가구의 현황을 담은 자료를 엮으면 유자녀 가구의 부동산 소유 현황을 알 수 있다”며 “이렇게 세분화한 통계를 작성하면 연령별, 가구 형태별 맞춤형 부동산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청년 가운데도 일하는 청년의 주택 소유 현황은 어떤지, 결혼한 청년들 중에서는 얼마나 주택을 가지고 있는지, 이들이 언제부터 주택을 소유하게 됐는지 등을 담은 촘촘한 통계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관련 종합 통계를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 청장은 “현재 가계부채 통계는 개인 단위로 공표되는 것이 전부”라며 “여러 신용정보기관이 가진 자료와 우리 인구가구통계등록부를 연계해 기재부와 금융위원회가 정책을 수립할 때 도움이 될 만한 통계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단순한 성별·연령별 가계부채 현황이 아니라 가구, 취업 여부, 주택 소유 여부 등에 따른 가계부채 현황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생애 주기별로 언제 가장 많이 부채가 늘었는지, 실직 후 가계부채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등 다양한 자료가 나오게 된다”며 “현재 통계 작성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어 올해 시범 자료가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흩어져 있는 여러 데이터를 엮은 통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는 게 한 청장의 지론이다. 하지만 데이터 공유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데이터 협력으로 만들어진 성과가 부족해 통계청과의 협력에 대한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관가에 퍼져 있다. 한 청장은 이에 대해 “통계 작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받아 엄격하게 관리해 정보 유출 우려를 불식하겠다”며 “지금까지 통계청에서 정보 유출 사고가 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통계청은 100여 개 공공기관에서 250종이 넘는 행정 자료를 보유하고 관리 중이지만 유출 사고가 나지 않았다. 또 “포괄적 연금 통계 공표를 성공시켜 구체적인 데이터 협력 성과를 반드시 제시하겠다”며 “데이터 협력 환경을 조성해나가며 통계 데이터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포괄적 연금 통계는 기초연금(보건복지부), 국민연금(국민연금관리공단), 개인연금(국세청) 등 각 부처와 기관에 흩어져 있는 국내 11개 공적·사적 연금 자료를 통계청의 기존 자료와 통합해 국민 전체의 연금 가입·수급 현황을 볼 수 있는 통계다. 7일 통계청은 관련 부처와 기관이 참여하는 ‘제1회 포괄적 연금 통계 개발 정책 부처 협의회’를 개최해 통계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한 청장은 “현재 계획으로는 내년 10월 공표가 목표지만 가능한 한 빨리 만들려고 한다”며 “연금 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정확하고 종합적인 통계를 빨리 제공해 과학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정책 수립을 돕기 위해 “통계의 시의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청장은 “요즘 제일 고민하는 부분이 통계 조사와 공표의 시차”라고 지적했다. 가령 6월 소비자물가는 7월 초에 공개돼 시차가 약 한 달 정도 존재한다. 한 청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험적 통계를 확대할 것”이라며 “전기 사용량을 주간 단위로 공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험적 통계란 국가가 승인한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새로운 방식을 적용해 실험적으로 작성하는 통계다. 실험적 통계로 확인되면 통계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한 청장은 “현재 민간기업으로부터 신용카드 매출 규모와 통신 모바일 인구 이동량 자료를 받아 주 단위로 공개하고 있다”며 “정책 당국이 실험적 통계를 보면 공식 통계 발표 전 대략적으로나마 사회 분위기를 파악하고 정책 수립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통계의 조사 방식을 사회 변화에 맞게 바꾸는 것 역시 검토하고 있다. 물가 조사 방식이 대표적이다. 최근 소비자의 배달 이용량이 늘었으나 통계청 물가 조사에 배달 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한 청장은 “현재 배달비는 외식 가격에 포함해 조사된다”며 “다만 산업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배달 가격을 별도로 조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현실 반영도를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에 자가주거비를 반영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자가주거비란 소유 주택을 직접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으로 대출이자와 재산세·감가상각비 등이 포함된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를 측정할 때 자가주거비는 제외하고 전월세 등락만 반영한다. 한 청장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가주거비 측정 방식이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물가 지표에 포함할 경우 전체 물가에 자가주거비가 과도하게 반영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소비자물가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가중치는 9.8%다. 자가주거비를 포함하면 총주거비 가중치는 27.8%로 커진다. 한 청장은 “이렇게 되면 소비자물가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주거비 측정에 대한 국제적 흐름이 어떤지 파악한 후 (포함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통계청장인 한 청장은 정권 교체기에 종종 일었던 통계청의 중립성 논란에 대한 견해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첫 통계청장이었던 황수경 전 청장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 분배가 악화된 조사가 발표된 뒤 취임 13개월 만에 경질되자 정부가 통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청장은 “통계 자체의 문제보다는 통계 수치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며 “통계에 대한 해석은 전문 연구자들의 몫이며 통계청은 대표성 있는 통계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통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통계청을 처로 승격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통계청이든 통계처든 관계없이 통계는 항상 중립적으로 작성돼야 한다”며 “처로 승격되면 다른 부처와 기관과의 협력이 한층 수월해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He is…

△1968년 전북 △서울대 경영학 학사, 행정학 석사 △미국 워싱턴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35회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정책과장·지식경제예산과장·전략기획과장 △기재부 혁신성장정책관·정책조정국장·경제예산심의관 △교육부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 △일자리위원회 일자리기획단 총괄기획관 △주일본 대한민국대사관 재정경제관 △기재부 차관보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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