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유명세를 탄 발달장애인 작가 정은혜의 작품이 경매에 오른다. 정 작가는 지난 201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인물화 캐리커쳐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 춘추관을 특별전시실로 전환하기로 하고 개최하는 첫 전시인 장애인문화예술축제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서울옥션(063170)은 블랙랏(Blacklot) 특별전 ‘제로베이스 정은혜’를 기획해 16일 온라인 경매에 출품한다고 8일 밝혔다. 블랙랏은 서울옥션이 운영하는 경매 형식 기반의 오픈마켓 온라인 플랫폼이다. 특히 ‘제로베이스’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0원부터 응찰할 수 있게 한 온라인 경매로, 작가 명성에 대한 선입견 없이 참여하는 무한경쟁 방식이 특징이다.
경매에 앞서 정은혜 작가의 최근작을 모은 기획전시가 9~14일 성동구 아모레 성수 1층에서 열린다. 출품작 25점 전체가 경매에 오른다. 서울옥션 측은 “전체 출품작 중 5점은 이후 청와대 특별전에도 소개될 예정이라 의미가 더 크다”고 소개했다.
최근 ‘우리들의 블루스’ 뿐만 아니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의 인기를 통해 발달 장애에 대한 차별 의식이 개선되는 가운데, 미술가 정은혜에 대한 관심도 상승세다. 연필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 그의 작품은 세밀한 묘사력보다는 인물의 내적 정서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소 기울어진 자세, 한쪽으로 치우친 듯한 구도가 특징이다. 서울옥션 측 관계자는 “경매 전부터 젊은 컬렉터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전시 장소도 아트 컬렉팅에 관심이 높은 MZ세대가 손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성수동 쪽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전시 기간 중에 정 작가가 직접 그려주는 ‘내 얼굴 캐리커처’ 이벤트가 있으며, ‘내 얼굴 캐리커처 드로잉 기회’를 획득할 수 있는 블랙랏 경매 이벤트도 마련됐다. 오는 14일에는 현장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정은혜 작가는 경기도 양평의 집 근처에서 열리는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동안 캐리커쳐를 그려 판매하기도 했다. 순수한 창작에 전념하고자 작가지원 레지던시에 입주했다. 그는 서울문화재단이 장애인 예술가를 위해 운영하는 레지던시인 잠실창작스튜디오의 10~11기 입주작가 자격을 얻어 2019년부터 2년간 그림에만 몰두했다. 오는 24~30일에는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 갤러리에서 ‘포옹’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개최한다. 정 작가는 사람의 얼굴을 주로 그리는 이유에 대해 “사람 얼굴 그리는 게 제일 쉽다”며 “어르신, 어린아이, 반가운 사람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 연예인, 일반인 다 멋지고 예쁜 얼굴들이고 그리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