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은 무조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첫 번째도 중립, 두 번째도 중립, 세 번째도 중립입니다. 중립을 지키면 공정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은 23일 서울 종로구 법무법인 세종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전 총장은 “중립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고 자칫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될 수도 있다”며 “검찰총장은 스스로 ‘실천으로서의 중립’이 무엇일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검찰총장은) 정권에 따라 바뀌지 않는 자기만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전 총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특수부장을 거친 특수통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첫 검찰총장을 맡았다. 윤석열 사단이 검찰 요직을 장악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전 검찰총장, 검찰 선배 입장에서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원석 대검 차장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문 전 총장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를 맡아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구속했다. 문재인 정부 첫 검찰총장으로서 적폐 청산 수사를 진행했다. 문 전 총장은 “검찰도 공무원이기에 선택적으로 수사를 할 수는 없다”며 “다만 그 일을 할 때 어떻게 중립을 지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총장은 재임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했지만 검수완박법에 대해서는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검수완박에 대해 “민주주의를 벗어난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양산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수사는 기본적으로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경찰은 검찰이, 검찰은 법원이 통제해야 하는데 검수완박은 경찰 권력에 대한 통제를 완전히 풀어버리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문 전 총장은 “수사기관에 대한 감시나 제약 없이는 민주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재직 당시 ‘특수통’ 출신 총장이자 ‘디지털 포렌식의 선구자’로 불렸다. 문 전 총장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디지털 포렌식은 검찰을 넘어 국방부·국가정보원·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 전파돼 현재는 주된 수사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달부터 법무법인 세종에서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며 당시 경험을 접목시키고 있다.
문 전 총장은 “수사기관이 주로 디지털 포렌식을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로펌도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많이 쓴다”며 “포렌식에 관한 법적 자문과 행정적인 내부 시스템 구축에 대해 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총장은 특수통 검사로서 검찰에 ‘회계 분석 수사팀’을 처음 만든 주역이다. 문 전 총장은 “수사를 진술에만 의존하면 폭압 수사 등 인권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객관적 증거와 물증으로 승부하기 위해 수사에 회계 분석을 적극 도입했다”고 말했다. 문 전 총장은 수사 경험을 살려 세종에서 기업·일반·국제형사와 산업기술 보호 등 분야에서도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전 총장은 수사에 디지털 포렌식과 회계 분석을 도입한 이유는 결국 인권과 헌법적 가치를 향한 것이었다고 자부한다. 그는 서초동을 떠난 지금도 로펌 활동과는 별도로 ‘투명경영연구소’를 설립해 사회가 좀 더 깨끗하고 투명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문 전 총장은 “기업 내 소유와 경영이 원활하게 분리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인 ‘신뢰의 툴(tool·도구)’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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