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기업들이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취향과 개성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20~30대들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소수의 팬덤을 보유한 브랜드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新)명품'은 패션 업체들의 실적을 책임지는 효자로도 등극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지난 7월 스웨덴 패션 브랜드 '아워레가시'의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따내고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매장을 열었다. 스웨덴·영국·독일에 이어 아시아 지역 첫 단독 매장이다.
아워레가시는 2005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패션 브랜드로, 미니멀한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최근엔 연예인과 모델 등 '패션 피플'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MZ세대들이 선호하는 신명품 브랜드 중 하나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LA 기반의 스트릿 브랜드 스투시 등과 협업한 이색 한정판 상품은 론칭 때마다 완판을 기록 중이다.
가격은 아우터 45만~180만원, 티셔츠 23만~65만원, 니트 41만~97만원, 팬츠 43만~65만원 등이다. 한섬은 이번 매장을 시작으로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단독 매장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엔폴드'(ENFOLD)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고 오는 14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4층에 매장을 연다. 엔폴드가 국내에 단독 매장을 오픈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엔폴드는 2011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에다 미즈키가 설립한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다. 연령이나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제안하며 20~30대 소비자들에게 신명품으로 등극했다. 국내 정식 론칭 전부터 편집숍을 통해 판매되며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가격대는 니트 40~90만원 대, 스커트·팬츠 40~90만원 대, 원피스 70~150만원 대, 코트 100~120만원 대 등이다.
신명품 인기는 삼성물산 패션으로부터 시작됐다. 2012년부터 삼성물산 패션이 국내에 들여온 아미와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르메르 등 수입 패션들이 코로나19 보복소비 효과로 고성장을 이뤘다. 올 상반기에도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아미의 매출은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물산 패션의 올 상반기 매출은 98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40억 원에서 1040억 원으로 62.5% 급증했다. 삼성물산 패션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10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상반기 만에 벌써 1000억 원을 넘긴 것이다.
수입 브랜드 전성시대가 이어지자 자체 패션에 힘을 쏟던 한섬도 눈을 돌렸다. 한섬은 지난해 말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출신인 박철규 사장을 해외패션부문장으로 영입하는 등 수입 패션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타임·마인·시스템 등 국내 자체 브랜드에 이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워레가시에 이어 내년 초에는 톰그레이 하운드의 남성 전문 매장을 론칭할 예정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이후 처음으로 맞는 가을·겨울(FW) 시즌 패션 특징이 '꾸꾸'(꾸미고 꾸민)인 만큼 스포츠나 글로벌 명품 브랜드보다는 개성있는 수입 패션으로 수요가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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