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18일 정상회담을 열고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반도체 등 미래 전략산업에서 글로벌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을 “의심할 여지없는 주요 동맹국”이라고 표현한 산체스 총리는 물론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탄에 함께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산체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스페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한국에서 개최된 한·스페인의 양자 정상회담은 양국이 1950년 공식 수교한 후 처음이다.
스페인 총리들은 2000년 10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2010년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한국을 찾았지만 다자간 정상회의를 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를 찾았고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며 교류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스페인 경제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을 아시아의 라틴이라고 부를 만큼 친밀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양국의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산체스 총리도 대외적으로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상회담은 이날 오전 두 정상 간의 단독 정상 환담에 이어 약 1시간에 걸쳐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은 정오께까지 예정됐지만 두 정상 간의 협의가 긴밀해지면서 양국의 공동발표가 30분가량 늦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산체스 총리는 정상회담을 마친 뒤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는 공동성명문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스페인은 유라시아 대륙의 양 끝에 위치해 멀리 떨어져 있지만 협력의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 “스페인은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하고 산업 경쟁력이 뛰어난 유럽 내 경제 대국”이라며 “우리 두 정상은 양국 간 경제협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양국 기업 간 상호 투자 진출 협력이 최근 전기차 배터리, 태양력·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미래 전략산업으로 확대되는 것을 환영하고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번에 양국 수출금융기관 간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돼 양국 기업의 공동 진출 기반이 더욱 강화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스페인이 첨단산업뿐 아니라 신도시와 인프라 건설 시장이 커지고 있는 아프리카와 중동 등 제3국에서 건설 수주를 할 수 있게 팀을 이루겠다는 발표다.
산체스 총리도 “(윤 대통령이)말씀하셨듯이 우리 양자 관계가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앞으로 우리가 더 다양한 그러한 협력 부문에 있어서 가능성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산체스 총리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저는 삼성의 반도체 플랜트를 방문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라는 것은 세계경제에 있어서 매우 핵심적인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스페인은 앞으로 이 분야에 있어서 더 많은 발전을 지금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양국의 문화와 인적 교류 역시 확대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에 서울에 개설될 예정인 세르반테스 문화원과 스페인 관광사무소가 양 국민 간 이해 제고와 우호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체스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언급하며 “스페인과 대한민국이 먼 길을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산체스 총리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스페인은 이 소식을 굉장히 슬픈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사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또 사고 부상자들이 속히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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