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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자유 은행 시대





1857년 9월 미국 증기선 센트럴아메리카호가 허리케인에 쓸려 대서양에 침몰하자 미국 금융권은 대혼란에 빠졌다. 캘리포니아 금광에서 캐낸 금괴와 금화 14톤이 이 배와 함께 사라진 충격으로 은행마다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이 벌어졌다. 곧이어 뉴욕 월스트리트는 1837년과 1839년에 이어 ‘자유 은행 시대(1837~1863년)’의 세 번째 금융 위기를 맞았다.

자유 은행 시대는 미국에서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 은행들이 자체 지폐를 발행했던 때를 일컫는다. 1791년에 설립돼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던 미합중국제1은행에 이어 사실상 미국의 첫 중앙은행인 ‘뱅크오브노스아메리카’까지 성공하지 못하자 자유은행법을 근거로 은행·보험사 등이 자율적으로 지폐를 찍어내는 시대가 됐다. 비슷한 사례로 19세기 캐나다와 스코틀랜드에서도 은행들이 은행권 형태로 자유롭게 화폐를 발행했다.



미국의 민간 화폐 발행으로 인한 엄청난 유동성 확대는 철도·통신 등 인프라 구축과 ‘골드러시’의 초호황을 이끌었지만 신용 불안이라는 병폐를 누적시켰다. 화폐 남발과 사기가 만연한 자유 은행 시대에 뱅크런과 은행의 인출 중단 등이 주기적으로 발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민간이 마구 찍어낸 은행권이 휴지 조각으로 전락해 매개 수단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자 1863년에 제정된 국가은행법에 따라 은행은 연방정부의 인가와 감독을 받게 된다. 은행 위기와 금융시장 혼란이 민간 화폐 발행 금지 및 은행에 대한 규제의 근거가 된 것이다.

대형 코인 거래소 FTX의 파산이 자유 은행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와 달리) 이 사태가 전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암호화폐 업체들이 서로 깊게 연관돼 있지만 은행 등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이들의 주요 채권자가 아니며 중요한 접점도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FTX 방문자 중 한국인 이용률은 6.1%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암호화폐 투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등 실물과의 연계가 상당할 듯하다. 금융 당국은 FTX 붕괴의 여파가 금융 부문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방파제를 잘 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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