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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8개월 무역 적자에 한미 금리 격차도 커진다는데 환율 급락 왜?

환율 한 달 만에 1423원->1299원 급락

무역 적자·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에

이창용 비둘기 발언도 환율 영향 없어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큰 탓





역시 환율 예측은 어렵습니다. 당장이라도 1500원을 돌파할 것 같았던 원·달러 환율이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11월 3일까지만 해도 1423원을 넘었던 환율은 2일 1299원 90전으로 120원 넘게 하락했습니다. 지난달 8일(1384원 90전) 1400원 선을 깨뜨린 데 이어 12월 1일(1299원 70전)엔 1300원 선마저 무너뜨렸습니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볼 수 있었던 원·달러 환율 1400원 공포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환율이 급락한 것은 최근 한 달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강달러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가장 크게 반응한 것은 지난달 11일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입니다. 10월 CPI 상승률이 7.7%로 예상치(7.9%)보다 낮게 나오자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에 환율이 하루 만에 59원 10전이나 떨어졌습니다. 이후로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관측 등으로 조금씩 영향을 받아 환율이 하락했습니다.

2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흥미로운 지점은 그동안 환율 급등 요인으로 꼽혔던 무역수지 적자나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 등 악재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지만 여기엔 환율이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먼저 이달 1일 발표된 11월 수출은 519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 줄었습니다. 반면 수입은 589억 3000만 달러로 2.7% 늘었습니다. 8개월 연속 무역 적자가 발생했습니다. 올해 11월까지 누적된 무역 적자는 426억 달러로 무역 통계가 작성된 1956년 이후 최대라고 합니다.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되면서 경상수지마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7~12월) 경상수지 흑자가 122억 달러가 아닌 2억 달러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치를 큰 폭으로 수정했습니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250억 달러로 이대로면 2011년(166억 4000만 달러)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게 됩니다. 통상 경상수지 흑자 감소(또는 적자 확대)는 원화 가치 약세 요인으로 꼽히지만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419원 20전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50bp(1bp는 0.01%포인트)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도 원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환율이 1300원을 넘어 1400원마저 넘는 과정에서 원화는 다른 주요국 또는 신흥국 통화보다 절하 폭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 것이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입니다. 10월까지만 해도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포인트 안팎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자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환율 1500원을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내외금리차가 확대되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원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을 5.00~5.25%까지 높였습니다. 그런데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우리나라 최종금리를 여전히 3.5%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75bp까지 확대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이창용 총재를 제외하고 3.25%가 1명, 3.50%가 3명, 3.75%까지 높이는 걸 검토하자는 의견이 2명이라고 합니다. 사실상 대다수 금통위원이 최종금리를 3.50%로 현 수준(3.25%)에서 한 번만 더 금리를 올리고 마무리하자는 의견입니다. 금통위 이후로도 이 총재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나 외신과의 인터뷰 등에서 “금리 정책 연착륙”을 언급하면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발언을 연일 내놓고 있지만 외환시장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이러한 각종 악재에도 원·달러 환율이 반응하지 않는 것은 한국과 미국 모두 금리 인상을 마무리하는 단계라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금리 인상 자체가 금융시장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다가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하니깐 출구가 가까워졌다고 보고 이전에 과도하게 올랐던 환율을 되돌리는 과정으로 보인다”라며 “원화 약세가 심했다기보단 달러 강세가 과도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외환시장에 대한 안정 신호가 발생하는 것은 결국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점으로 향해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외부 요인도 중요하지만 각종 경제지표가 하락 일변도를 보이는 만큼 국내 경기에 대응하는 정책결정으로 무역수지 등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에 원화 가치의 추가적인 절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2일 부산항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한 가지 더 이유를 찾아보면 최근 주식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1~9월 16조 5000억 원을 순매도한 외국인은 10~11월엔 오히려 6조 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국제금융센터는 “고금리·강달러 현상이 완화되면서 정보통신(IT) 업종에 대한 저가 매수세가 이어졌고 일부 신흥국 펀드의 중국 투자 비중이 축소된 영향이 나타났다”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가 높아지면서 금융시장 위험 선호 회복과 달러 가치 하락세가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여전합니다. 시장 내 전반적인 위험 선호가 약한 가운데 8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등은 여전히 원화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국내 단기자금시장 경색 문제도 여전히 문제입니다. 당분간은 글로벌 달러 가치 흐름에 좌우되겠지만 빅피겨(큰 자릿수)인 1300원을 중심으로 등락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당분간 환율 흐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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