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가파른 경제 성장세와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면서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신흥국 증시의 승자였다면 올해는 베트남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올해 7%가 넘는 경제성장률 전망에 증시도 고점 대비 낙폭이 큰 상황이라 저가 매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베트남 펀드(21개)의 설정액은 약 1013억 원 증가했다. 특히 ‘ACE 베트남VN30(합성) 상장지수증권(ETF)’의 설정액은 937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 펀드(194개)의 설정 증가액(1032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관심을 모았던 인도(-230억 원), 브라질(-9억 원), 인도네시아(-7억 원)에서는 최근 자금이 빠져나갔다.
올해 세계 경기 침체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베트남은 경제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트남이 올해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베트남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편입이 2024년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 본부장은 “베트남은 농산물과 원자재가 풍부해 물가 상승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수출이 양호하며 올해 내수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베트남 주가지수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 1525.58(종가 기준)을 기록했던 호찌민 VN지수는 11월 중순 911.90까지 약 67.29% 떨어졌는데 이후 꾸준히 상승하며 현재 1007 선까지 회복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미국이 금리를 여러 차례 인상하는 동안 베트남은 금리를 동결한 탓에 베트남 동화(VND) 가치의 저평가가 심화하고 VN지수도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다만 최근 베트남이 100bp(1%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를 올리는 등 동화가 빠르게 안정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수익률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는 시점에 가장 저평가 매력이 두드러지는 국가는 베트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트남이 미중 갈등의 수혜국이라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표방해왔으며 양국의 갈등이 심화할 때마다 미국의 애플 등은 생산 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에서 제외되는 인도네시아 등과 달리 미중 간 갈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베트남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간에 베트남 시장에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ETF 괴리율이 벌어지고 있어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27일 ‘ACE 베트남VN30선물블룸버그레버리지(H) ETF’는 시장가격이 기준가격(순자산가치)을 2.37% 웃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장이 열리기 전 선물 움직임과 호가, 거래소 공시 내용을 점검한 뒤 매매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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