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올해 ‘양극화’ 전략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선다. 가격과 성능이 애매한 50만~70만원대 중간 가격 제품군은 줄이고, 프리미엄인 갤럭시S23·폴더블과 저가 갤럭시A 시리즈에 집중하는 구도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과 겨루는 동시에 중저가 중국산 스마트폰과도 경쟁하며 ‘판매량 1위’를 수성해야 하는 삼성전자의 고민이 묻어 난다는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A74를 출시하지 않을 전망이다. 갤럭시A 시리즈는 앞의 숫자가 높을수록 고성능이다. 뒤의 숫자는 연식을 뜻한다. 갤럭시A74는 갤럭시A 중 가장 성능이 높은 2023년형 모델이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모델인 갤럭시A73도 주력 시장인 한국과 미국에 출시하지 않았고 인도와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만 선보였다. 이어 올해는 단종 수순을 밟는다는 관측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A14 5G, 갤럭시A34, 갤럭시A54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글로벌 각지에 선보였거나, 각종 통신 인증을 받으며 출시 를 준비 중이다. 2023년형 갤럭시A 시리즈 중 상위 라인업은 없애고 저가형 하위 제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갤럭시A74 출시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애매한 포지션을 꼽는다. 갤럭시A74는 삼성전자의 중저가 브랜드 갤럭시A 중 최고가 모델이다. 실제 지난해 4월 출시한 갤럭시A73은 현재도 256GB 모델 기준 500달러(약 63만 원)를 넘는다. 높은 가격대 성능비를 무기로 삼는 갤럭시A 브랜드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74 외에도 중급기 라인업을 줄이고 있다. 전년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FE(팬 에디션)’ 출시도 포기했다. 지난해 1월에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CES 2022에서는 갤럭시S21 FE가 공개됐지만, 갤럭시S22 FE는 현재 출시 계획이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어 중간 가격대 제품 인기가 줄고 있다”며 “지속적인 부품 공급난도 삼성전자가 중급 제품을 줄이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대신 삼성전자는 폴더블을 위시한 프리미엄과 저가 제품군에 집중할 전망이다. A14·A34 등 저가 제품군으로 매출을 담보하고 폴더블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모바일 사업 수익성 악화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MX부문 매출은 32조21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조2400억 원으로 0.12% 줄었다. 덩치는 커졌지만 영업이익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폴더블이 시장에 안착한 점은 삼성전자에게 기회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3% 늘었다. 올해는 전체 출하량이 52%늘어 22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며 “폴드형이 높은 가격대를, 플립형은 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해 선택 폭이 더 넓게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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