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법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 ‘얼굴인식 기술’을 국가가 무분별하게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12일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에게 “얼굴인식 기술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특히 국무총리에게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의 인권침해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 마련되기 전까지 공공기관이 공공장소에서 이 기술을 도입·활용하지 않도록 전면 중지 조치(모라토리엄)를 수립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국가가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활용할 경우 인권 존중의 원칙을 반영하고, 무분별한 도입과 활용을 제한하며,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이를 예외적·보충적으로 허용하는 기준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얼굴인식 기술의 도입과 활용은 반드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은 정확성이 높고 신속하게 사람을 식별할 수 있어 신원 확인, 출입통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기술에 힘입어 더욱 발전하고 있다.
다만 인권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 기본권 침해 위험성이 매우 크므로 국가가 해당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아울러 얼굴인식 기술을 개발 또는 활용하기 전에는 인권 전문성·독립성을 갖춘 기관에서 인권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9일 모바일 공무원증과 얼굴인식 기술을 연계한 출입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만약 국가가 별다른 통제 없이 국민의 얼굴 정보를 폭넓게 수집·보유하면서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다면, 특정 개인에 대한 추적이나 감시가 가능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합법적인 집회·행사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조차 꺼리게 되는 ‘위축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021년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의 위험성을 강하게 우려하면서 공공장소에서 이 기술의 사용을 중지(모라토리엄)할 것을 각국에 권고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