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장남 정준선(31)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서울 중구 정동교회에서 화촉을 밝혔다. 정동교회는 지난해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정진희씨가 결혼식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현대가가 특급호텔 등 호화로운 장소가 아닌 교회 결혼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가 자녀들의 결혼은 줄곧 정동제일교회에서 이뤄졌다. 현대가 2세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그의 형제들 대부분이 정동제일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3세 중에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차녀 정선이 씨도 정동교회에서 결혼했다.
현대가와 정동제일교회의 인연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시절로 올라간다. 정주영 창업주의 동생 고 정신영 전 동아일보 기자의 아내 장정자 현대학원 이사장의 가문은 정동제일교회 설립에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영 전 기자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정주영 창업주는 가족과 정동제일교회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정주영 창업주의 아내 고 변중석 여사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으며, 정주영 창업주는 자녀들에게 결혼식은 정동제일교회에서 할 것을 권했다고 한다.
서울 중구에 있는 명동성당도 현대가의 단골 결혼식장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 씨는 지난해 12월 여자 세계 랭킹 1위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와 명동성당에서 결혼했다. 또 지난 2016년 정몽구 명예회장의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 선동욱 씨와 딸 선아영 씨가 명동성당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2017년에는 정몽준 이사장의 장녀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도 명동성당을 결혼식장으로 선택했다.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2020년 7월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비공개로 결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종교시설 이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동제일교회는 미국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가 1885년 설립한 한국 개신교 최초 교회 중 하나다. 이 곳의 벧엘예배당은 사적 제 256호로 지정됐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장소였으며 유관순 열사의 장례가 이곳에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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