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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어 이룬 바리스타의 꿈…"일해서 좋지만 월급도 올랐으면"

[준비 안된 노인 1000만 시대]

<하>노인정책 리모델링-시장형 일자리 '콩카페' 가보니

하루 4시간씩 열흘 일해 40만원

"손녀가 바리스타 할머니 자랑해"

노인이 직접 매장 운영·제품 판매

시장형 일자리 27.5만개로 확대

공공형보다 노동강도 높아 불만도

"노인 참여율 높일 인센티브 줘야"


“카페에 사람들이 북적거릴 때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요. 그런데 커피를 많이 파는 만큼 임금도 오른다면 더 적극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10일 세종시 콩카페 보람점에서 시장형 노인 일자리 근무자들이 커피를 만들고 있다. 세종=성형주 기자




14일 세종시 콩카페에서 만난 김영희(64·가명) 씨는 “일이 끝나고 집에 가면 밀렸던 노곤함이 한꺼번에 찾아오지만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이같이 말했다. 콩카페는 세종시 노인 일자리 전담 기관인 세종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시장형 노인 일자리 사업장이다. 김 씨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뒤 아파트 내 카페에서 봉사 활동 삼아 커피를 만들다 2021년 12월 취업했다. 하루 네 시간씩 한 달에 열 번 일하고 월급 40만 원을 받는다.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결혼 이후 첫 취업에 출근이 재미있다. 김 씨는 “손녀가 어디 가서 ‘할머니가 바리스타’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며 웃었다.

콩카페의 또 다른 바리스타 서재연(66·가명) 씨와 전소연(67·가명) 씨도 카페 입사 전 공기업 등에서 일하다 은퇴 후 늦깎이 취업에 성공했다. 서 씨는 “직장에 다닐 때는 우울증 때문에 약도 먹고 그랬는데 지금은 하루하루가 즐거운 느낌”이라며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을 때는 허리도 아프고 가슴도 답답했는데 카페에서 사람들과 동료들을 만나니 훨씬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가끔 오는 진상 손님들도 문제없다. 전 씨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뒤늦게 서비스직에 입문했기 때문인지 경륜이 쌓여 더 편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며 “예전에 계산 문제로 한 손님과 마찰이 있었지만 차분히 설명해주니 뒤늦게 ‘미안하다, 착각했다’며 사과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빈 강의실 불 끄기’ 식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줄이고 시장형 노인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공공형 일자리가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일자리를 위한 일자리’만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시장형 일자리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참여자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고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반면 공공형 일자리는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제공한다. 국립대 빈 강의실 불 끄기, 금연 구역 지킴이, 산불 감시, 전통시장 환경미화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산불 감시 일자리에 취업했던 한 참가자는 “솔직히 일도 힘들지 않고 산에 가서 예쁜 풍경도 보니 좋기는 한데 ‘돈을 이렇게 받아도 되나’ ‘이렇게 세금을 뿌리면 후배 세대들은 어떻게 되나’ 고민도 됐다”고 말했다.

10일 세종시 콩카페 보람점에서 시장형 노인 일자리 근무자들이 커피를 만들고 있다. 세종=성형주 기자




이에 정부는 시장·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를 지난해 23만 7000개에서 올해 27만 5000개로 3만 8000개 늘렸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예산안에서 2022년 60만 8000개에서 올해 54만 7000개로 6만 1000개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로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하지만 이렇게 늘린 시장형 노인 일자리의 흥행은 만족스럽지 않다. 시장형 일자리가 더 높은 노동 강도와 생산성을 요구해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60대 노인층에 적합하다지만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공공형 일자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 노인 일자리 참가자는 “굳이 사서 고생할 이유가 없다”며 “당연히 같은 임금이라면 더 편한 일자리에서 근무하고 싶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시장형 노인 일자리에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10일 세종시 콩카페 보람점에서 시장형 노인 일자리 근무자가 커피를 전하고 있다. 세종=성형주 기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민간형 노인 일자리 지속 가능성 강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전 세대보다 베이비붐 세대는 자기 만족도가 높은 일자리를 선호하고, 높은 노동 강도의 단시간 일자리 수요도 많다”며 “노동 강도가 센 업종의 경우 더 나은 처우를 통해 이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고령자 노동시장에서의 노인 일자리 사업의 역할’ 보고서에서 “민간형 일자리의 평균 활동 기간은 공공형 일자리보다도 짧으며 급여 수준 또한 공공형 일자리에 비해 크게 높지 않다”고 꼬집었다.

노인 일자리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는 “시장형 일자리 사업의 경우 정부 주도로 진행하다 보면 예산을 소진해야 하는 정부의 특성상 원하지 않는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이 먼저 나서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일자리에 대해서도 “노인 일자리가 복지를 대체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공공일자리를 유지하되 시간이 많은 노인의 특성을 살려 산불 감시 업무는 인화 물질을 가지고 있는지 불시 검문을 하고 공회전 단속의 경우 실제로 기준을 초과해 공회전을 하는지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는 등 단속 부문에 적극 투입해 사회적 신뢰 제고에 나서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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