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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뇌관 터지면 시스템 리스크 전이…"선제 구조조정" 독한해법 내놔

■한은 '부동산 연착륙' 방안 제시

당국 이미 28조 유동성 지원했지만

건설사 5곳 우발채무 자기자본 5배

부실건설·금융사 정리 필요성 절감

SVB發 외인 자금유출도 고민거리

"사전관리 중요" 단계별 대응책 마련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3일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대응 방안으로 ‘건설사 구조 조정’과 ‘부실 금융기관 정리’를 콕 짚어 언급한 것은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SVB 사태에서 드러나듯 위기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건설사와 금융사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부동산 PF 특성상 지역 사업장에서 발생한 작은 문제가 삽시간에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로 부동산 경기를 들며 경계감을 자주 피력해왔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단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부동산 PF 리스크와 관련해 “시장 상황에 맞춘 시점·단계별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부동산 시장의 위축 정도에 따라 유동성 지원→부실채권 정리 및 건설사 구조 조정→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으로 순차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이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의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사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관가의 한 관계자는 “통화 당국(한은)과 정부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직후부터 부동산 연착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번 보고서에 담긴 방안과 같은 시나리오별 로드맵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이미 1단계 유동성 지원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6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부동산 PF와 건설사 관련 신용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28조 4000억 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따라서 남은 2단계 건설사 구조 조정과 3단계 부실 금융기관 정리도 순차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한은의 금융안정상황 분석도 부동산 PF와 관련된 건설사와 비은행 금융기관의 리스크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부동산 경기 위축과 함께 미분양주택 증가로 건설 기업의 부실 위험이 커졌다고 봤다. 국내 상장 건설사 72곳의 재무 건전성을 분석한 결과 상환 능력, 유동성, 안정성 등이 일제히 저하됐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우발 채무다. 한은의 분석 결과 72곳 중 44곳이 부동산 PF와 기타 채무보증 등 부동산 관련 우발 채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곳은 자기자본 대비 우발 채무 규모가 5배를 넘었다. 우발 채무가 현실화하면 부실 위험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 건설 기업은 재무비율이 양호하더라도 부동산 PF 관련 유동성 충격에 노출될 경우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부도가 발생한 중소 건설사인 우석건설과 동원건설산업은 각각 부채비율이 90.5%, 170.9%로 재무 상태가 양호했지만 파국을 맞았다. 이런 사례가 또다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당국도 긴장하고 있지만 사전 예측과 방지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비은행권의 PF 관련 익스포저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한은이 주시하는 포인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비은행권 전체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115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이마저도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은 물론 미분양주택 증가로 인한 PF 대출의 상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한은의 점검 결과 비은행권이 참여하고 있는 PF 사업장의 종합 리스크 점수는 2020년 말 53.7에서 2021년 말 58.0, 지난해 9월 67.0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점수가 100에 가까울수록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한 사업 중단이나 지연 가능성이 크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부동산 경기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진행이 중단되거나 부실화되는 PF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일부 비은행권의 자본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민간 중심의 원활한 구조 조정 여건을 마련해 부실 우려 PF 사업장의 정리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SVB 사태 등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이 나타나면서 금융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국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채권 자금은 94억 3000만 달러 순유출된 상황이다. 주식 자금도 SVB 사태의 여파로 이달 들어서만 13억 5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임광규 한은 안정총괄팀장은 “대외 부문에서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있지만 SVB 사태 등이 미칠 영향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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