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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서 급전 600억弗 빌린 곳 어디?…한은은 아니라는데 [조지원의 BOK리포트]

FIMA 레포 잔액 한 번에 600억弗↑

美국채 맡기고 바로 달러 쓸 수 있어

철저한 익명성 보장에 사용처도 자유

CS 긴급 지원한 스위스중앙은행 추정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2021년 7월 상설화한 이후 거의 사용이 없던 FIMA(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ies) 레포(Repo) 기구가 지난달 중순 잔액이 0달러에서 600억 달러(환율 1315원 기준 78조 9000억 원)로 일시에 폭증했다. FIMA 레포 기구는 미 연준이 외국중앙은행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달러화를 공급하는 제도다. 미 연준을 제외한 전 세계 어딘가의 중앙은행이 급전(急錢) 600억 달러를 한꺼번에 가져간 것이다.

FIMA 레포 기구의 특징 중 하나가 익명성인 만큼 어느 중앙은행이 이용했는지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은행은 2021년 12월 연준과 FIMA 레포 기구를 이용하기로 합의한 이후 이를 사용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UBS의 인수합병을 지원하기로 한 스위스중앙은행(SNB)을 주목하고 있다. 만약 스위스중앙은행이 아니라면 글로벌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4일 연준이 매주 목요일마다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FIMA 레포 기구의 잔액은 3월 15일 0달러에서 23일 600억 달러로 한 주 만에 급증했다가 31일 550억 달러로 감소했다. FIMA 레포 기구 잔액이 이토록 많이 늘어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 당시 통화스와프는 하루에만 1302억 달러가 인출되기도 했으나 FIMA 레포 잔액은 최대 14억 달러일 정도로 활용이 활발하지 않았다.

미 연준은 2020년 3월 31일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이 부족하면서 자국 시장에 문제가 생기자 외국 통화당국만을 대상으로 하는 FIMA 레포 기구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미국 국채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외국 기관에 미국 국채를 매도하지 않고도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한 것이다. 이후 안전장치를 미리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2021년 7월 27일 상설화를 결정했다. 당시 상설화 논의 과정에서 미 연준 인사들은 FIMA 레포 기구가 미국 국채를 보유한 외국 기관에 단순 매도가 아닌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국채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것을 기대했다.

실제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다. 특히 신흥국은 위기가 발생하면 달러 현금 확보와 자국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대거 내다 파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2020년 2월 말 7조 2000억 달러에서 3월 말 6조 9000억 달러로 한 달 만에 3000억 달러가 감소했다. 갑작스러운 역외 달러 자금 수요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변동성도 확대됐다.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화 조달이 가능해지면 위기 상황에서 국채 투매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로 인한 잠재적 이익이 제도 운용 비용을 크게 넘을 것이란 계산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 화면에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주가 정보가 떠 있다. 연합뉴스


FIMA 레포 기구로 연준이 미처 다 체결하지 못한 통화스와프 라인도 보완할 수 있다. 연준은 영국,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EU), 스위스 등 5개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상태다. 현재 통화스와프가 체결돼 있지 않지만 임시라도 체결했던 국가들은 한국을 포함해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등 9개국이다.

연준에 따르면 FIMA 레포 기구는 뉴욕 연은에 보관계좌(custody account)를 가진 외국 통화당국으로 FOMC의 외화소위원회(Foreign Currency Subcommittee) 승인을 받은 기관이면 이용할 수 있다. 뉴욕 연은에 계좌를 둔 해외금융기관은 200곳으로 대부분의 글로벌 중앙은행은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설 통화스와프 라인을 구축하지 않더라도 미국 국채만 충분히 있으면 달러를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이다. 한은도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끝나자 FIMA 레포 기구를 이용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이를 통화스와프 대안으로 내세웠다.



다만 상설화 이후에도 미 연준의 FIMA 레포 기구를 이용하는 중앙은행은 극히 적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불안이 확산하자 한미 통화스와프나 FIMA 레포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진 바 있다. 그렇지만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필요하면 FIMA 레포 기구를 사용하겠지만 우리 상황이 그렇게 시급하진 않다고 선을 그었다. FIMA 레포 기구를 이용한다는 자체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주면서 불안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FIMA 레포 잔액 600억 달러 급증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연준은 FIMA 레포 기구의 거래 상대방을 극비로 취급하고 있다.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누가 달러를 가져다 썼는지 알 수 없다. 연준법상 채권매매는 공개시장에서만 가능한데 통화스와프나 FIMA 레포 등은 경쟁입찰이 어려워 사실상 예외 규정이 된다. 미국 의회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하게 계약 상대방을 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상설화 논의 과정에서 연준의 다른 대출 제도와 비교했을 때 운영상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다만 이번 사례를 뜯어보면 어딘지는 추측 가능하다. FIMA 레포 기구는 거래 상대방별 거래 한도가 최대 600억 달러다. 초단기인 익일물로 거래하기 때문에 계약 체결 즉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대신 금리는 비싼 편이다.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FIMA 레포는 금리가 5%부터 시작하는 반면 통화스와프는 5%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비싼 금리를 주고라도 한 번에 600억 달러를 급하게 빌렸다는 의미다.



① 미국 국채 보유량이 많고 ② 3월 15~23일 전후로 달러 유동성이 급한 ③ 중앙은행이라는 조건을 맞춰보면 스위스 중앙은행으로 좁혀진다. CS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자 지난달 19일 UBS는 CS를 30억 프랑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스위스 정부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UBS의 손실을 최대 90억 프랑(97억 달러) 보전하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최대 2000억 프랑(2150억 달러)까지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연준과 상설 통화스와프가 체결돼 있지만 높은 금리를 더 주고서라도 한 번에 600억 달러를 가져다 쓸 수 있는 FIMA 레포 기구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맞다면 FIMA 레포의 효용성이 드러난 셈이다. 만약 스위스 중앙은행이 아니라면 어딘가 달러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중앙은행이 더 있다는 의미다. 이는 오히려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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