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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의 주력사업은 통신이 아니라 AI라고?[양철민의 아알못]

SKT, AI·구독서비스 홍보에 집중

앱에서 요금제 항목 찾기 어려워

중간요금제로 매출 감소 전망도

'캐시카우' 통신 기반 사업확장

신사업 성과 저조에 우려 커져

SK텔레콤의 T월드 앱 첫페이지. 요금제 관련 항목은 없고 AI나 구독서비스, 단말기 판매에 대한 항목이 대부분이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주력 사업자가 아닌 인공지능(AI) 사업자일까.

SK텔레콤이 이달 1일 신규 중간요금제 4종을 공식 출시했지만, 신규 요금제 알리기 보다는 AI나 구독서비스 홍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 SK텔레콤의 모바일 앱 ‘티월드(T world)’ 첫 페이지에는 ‘AI.(에이닷)’의 신규 서비스 알림이 최상단에 노출돼 있다. 에이닷 알림을 제외하고는 자녀 관리용 앱인 ‘젬(ZEM)’이나 ‘애플페이‘ 및 구독경제 서비스인 ’우주패스 플러스‘ 알림이 2·3·4순위로 상단에 노출돼 있다.

이외에도 앱 첫 화면 중간 부분에는 ’에이닷‘과 ’T우주‘ 클릭을 유도하는 아이콘이 노출돼 있으며, 앱 스크롤과 상관없이 하단에 고정 노출돼 있는 아이콘 또한 ‘T다이렉트샵’과 ‘혜택’ 등 요금제와 상관없는 서비스다.

이 때문에 요금제 변경을 위해 앱에 접속한 SK텔레콤 가입자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첫 화면에 요금제 관련 항목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요금제 변경을 원할 경우 티월드 앱 하단에 노출된 ‘메뉴’ 항목을 클릭한 후 ‘상품서비스’ 항목을 클릭해 요금제를 선택해야 한다. 기업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서비스를 자사 앱에 우선 노출한다는 점에서 중간 요금제를 비롯해 통신 요금제는 SK텔레콤의 사업순위에서 ‘후순위’가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 같은 홀대 때문에 SK텔레콤 가입자 사이에서 불만도 커지고 있다. .

중간요금제 가입자 급증시.. 月 매출 수백억↓


SK텔레콤의 이 같은 앱 구성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우선 SK텔레콤은 이번 중간요금제 출시로 이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중간요금제는 대통령실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따른 ‘울며 겨자먹기' 요금제로 매출 감소를 동반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의 초기 5G 요금제에는 중간이 없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하더라도 SK텔레콤 5G 가입자는 월 5만5000원에 1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슬림 요금제’, 월 6만9000원에 11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X 레귤러’, 월 7만9000원에 25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X 프라임’, 월 8만9000원 이상의 '무제한 요금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SK텔레콤의 1GB 데이터 쿠폰이 1만5000원이라는 점에서 월 11~110GB 데이터를 사용하는 이들은 5GX 레귤러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이 이익인 구조로 설계돼 있다.

월 11GB 내외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SK텔레콤 가입자 입장에서는 월 110GB 데이터를 사용하는 이들과 같은 요금을 내는 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반면 SK텔레콤은 중간 없는 요금제 구성으로 상당기간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24GB의 데이터를 월 5만9000원에 쓸 수 있는 ‘베이직 플러스’ 요금제를 선보인 바 있다. 다만 여전히 월 25GB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이들은 1만원을 더 내고 5GX 레귤러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이 이익인 구조로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 ‘낮은 소비자 효용’과 ‘높은 기업 이익’이라는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변화는 대통령실이 만들어 냈다. SK텔레콤은 윤석열 정부의 압박에 이달 ▲월 6만2000원에 37GB ▲월 6만4000원에 54GB ▲월 6만6000원에 74GB ▲월 6만8000원에 99GB를 제공하는 ‘5G 맞춤형 요금제’ 4종을 내놓았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이 같은 요금제 출시로 가입자 1명에게서 얻을 수 있는 매출이 월 1000~1만원 가량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월 50GB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이들은 이전에는 월 6만9000원 요금제를 가입해야 했지만 이제는 6만 5000원 요금제만으로도 충분해 SK텔레콤은 이 가입자 한명에게서 월 4000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한다. 이처럼 5GX 레귤러 요금제에서 중간 요금제로 갈아타는 이들이 수백만명에 달할 경우 월 수백억원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반면 이통사는 인프라 구축에 따른 초기 매몰비용이 상당할 뿐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따른 추가 비용은 매우 낮은 비용 구조를 갖고 있어, 매출 감소분이 비용증가분을 크게 상회한다.



독과점에 유지된 ‘허리없는’ 요금제.. 이통3사 지난해 영업익 4.4조




SK텔레콤이 이 같은 요금제를 몇년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통시장이 독과점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중간요금제 출시과정에서 알 수 있듯 SK텔레콤이 과기정통부에 요금출시를 신고하면 KT·LG유플러스는 한달 내에 유사 요금제를 내놓는다. 2·3위 사업자 또한 세분화된 요금제 설계로 가입자 유치에 나서기 보다는 1등 사업자와 유사한 요금제를 내놓는 것이 훨씬 이익이 크다.

이 같은 구조는 20여년째 반복되고 있다. 세분화된 요금제 설계를 통한 가입자 유치경쟁 보다는 독과점 구도를 바탕으로 극단적 형태의 요금제 설계가 이통사에게는 최선의 사업전략이었던 셈이다.

실제 이통 3사 합계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4조3832억원으로 5G 요금제를 처음 내놓았던 2019년의 2조9471억원 대비 대폭 늘었다.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은 낮은 접근성 등으로 이통사 독과점 체제에 균열을 내지 못하고 있다.

손실 기록중인 AI·구독서비스.. ‘탈통신 도그마’에 갇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올 2월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이 AI와 구독경제에 ‘올인’하고 있는 것 또한 이 같은 요금제 홍보 홀대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이라는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는 만큼 여타 사업으로의 진출 시 부담이 적다. 매년 수십조원을 설비투자금액으로 쏟아부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수조원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하는 반도체 등 여타 장치산업 대비 수익 구조가 훨씬 안정적이다. SK텔레콤이 해외진출 등 신사업에 잇따라 실패해도 영업손실을 기록하지 않는 이유이자, 10년 넘게 ‘탈통신’을 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올 2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2년은 SKT 2.0 출범과 함께 제시한 5대 사업군을 성장궤도에 안착시키고 ‘AI 컴퍼니’ 진화를 선제적으로 준비한 한 해였다. 올해는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본격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아닌 AI 기반의 빅테크 업체의 선언으로 보일 정도다.

이 같은 ‘SK텔레콤의 AI기업으로의 전환’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 왔던 ‘딥체인지’ 등 사업 전략 때문이다. 최 회장은 올 초 유영상 대표에게 ‘SK텔레콤의 AI전환이 미진하다’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AI 경쟁력 강화에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다만 SK텔레콤의 지난해 통신분야 등을 합친 전체 연구개발비가 3384억원으로 글로벌 빅테크와 격차가 큰 데다 AI 관련 인력 수도 글로벌 선두 기업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져,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탈통신 도그마’에 갇혀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SK텔레콤은 2016년 AI스피커 ‘누구’를 내놓는 등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실제 AI 분야에서 성과가 미진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SK텔레콤은 또 2021년 8월 구독 서비스 브랜드 ‘T우주’를 공개하며 아마존과의 제휴 등의 사업모델을 발표했지만 이 또한 가시적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 구독 서비스의 핵심축인 11번가는 지난해 매출 7890억원과 영업손실 151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1년새 매출은 40% 가량 늘었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2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또한 1038억원으로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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