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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나도 포기말라"…선대회장부터 키운 배터리 '글로벌 강자'로

[매출 1000조 빅5 NOW]

<4>LG그룹-뚝심으로 미래 사업 선점

2차전지 주목한 故 구본무 회장

"길게 보고 R&D 집중" 사업 독려

1998년 국내 최초 대량생산 성과

구광모 회장은 글로벌생산체제 구축

세계 완성차 톱10 중 8곳이 고객

LG화학도 첨단소재 중심으로 재편

2002년 10월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만든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사진 제공=LG그룹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

1996년 LG(003550)그룹이 배터리 개발에 고전할 당시 고(故) 구본무 회장이 직원들을 독려하며 한 말이다. 적자가 쌓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끈기 있게 사업을 밀고 나가라는 지시였다.

LG그룹의 배터리 사업은 ‘꾸준함이 꽃피운 성과’로 요약된다. 역사는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회장이던 구본무 회장은 영국 출장길에 충전을 하면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를 처음 접했다. 배터리의 사업성에 꽂힌 구 회장은 귀국 후 럭키금속에 연구를 맡겼다. 구 회장의 선친인 고(故) 구자경 회장도 “장래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중간에 좌절하지 말고 계속 연구해서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경영 지론을 내세운 만큼 LG그룹은 이때부터 뚝심 있게 배터리 사업을 지속했다.

결과물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다. 회사 내부에서는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마저 제기됐다. 그럼에도 총수가 힘을 싣자 성과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LG그룹은 1997년 11월 당시 일본 제품보다 뛰어난 세계 최고 용량(1800mAh), 세계 최경량(150Wh/㎏)의 시제품을 양산해냈다. 1년 뒤에는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배터리 대량 생산 체제도 구축했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 제공=LG엔솔


사업이 성장 궤도에 오르자 LG그룹은 2000년부터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9년 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업체로 단독 선정되는 쾌거를 맛봤다.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의 배터리 공급 업체가 되며 기술력을 입증받은 셈이다.

구자경·구본무 선대회장이 키운 배터리 사업은 2018년 취임한 구광모 회장 시대에 들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구 회장은 지주회사 대표였던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373220)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하며 배터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글로벌 생산 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도 단행했다. 이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배터리 제조사 중 유일하게 글로벌 ‘5각 생산 체제’를 구축해냈다.



한국·중국·폴란드 공장 외에 인도네시아에도 현대자동차와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며 튀르키예에는 포드·코치와 함께 합작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북미에서는 미시간 독자 공장 및 GM과 합작한 1공장을 운영 중이고 GM과 2·3공장을, 혼다·스텔란티스와도 합작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의 성과는 각종 숫자로도 확인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각각 돌파하며 최대 연간 실적을 거뒀다. 교보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37% 증가한 35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고객사의 규모와 명단도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자동차 빅3(GM·포드·스텔란티스)를 포함해 폭스바겐, 르노닛산, 현대차·기아, BMW,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상위 10개 가운데 8개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구광모(오른쪽) LG그룹 회장이 4월 17일 LG화학 청주 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 핵심 공정 가운데 하나인 소성 공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LG


구 회장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불황이 계속되자 LG화학(051910)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배터리 소재를 중심으로 전환했다. 시작은 2019년 신학철 부회장 취임이었다. 신 부회장은 첫 조직 개편을 통해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신설하며 사업 다각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화학 사업이 그룹의 든든한 캐시카우였지만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과감한 변신에 나선 것이다.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에서 첨단 소재 비중은 30%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로 늘었다. 2020년에는 5% 미만에 불과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를 비롯한 3대 신성장 동력(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매출 목표도 세웠다. 2030년 3대 신성장 동력에서만 매출 4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 중 배터리 소재는 30조 원으로 전체 매출 목표(60조 원)의 절반에 달한다.



2025년까지 3대 신성장 동력에 총 10조 원을 투자한다. 특히 배터리 소재는 양극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지 소재로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은 국내는 물론 중국·미국·유럽까지 주요 4대 권역에 모두 생산 라인을 갖추며 2028년까지 생산 능력을 47만 톤으로 키운다. 양극재 부문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난해 3%에 불과했던 외판 비중을 2025~2027년 20%, 2030년 30%로 늘릴 방침이다.

분리막과 전구체를 비롯한 소재 다각화를 통해 전지 소재 사업 영역도 확장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학을 넘어 고부가 친환경 소재 전문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나가고 있다”며 “석유화학 산업의 성장 한계가 분명한 만큼 일찌감치 사업 대전환에 나선 것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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