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청구인에 '고래'를 포함시키기로 해 동물이 소송 수행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변은 지난 3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청구인 모집' 기자회견을 열고 고래를 헌법소원 청구인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로 인해 인류 외에 동식물도 피해를 볼 수 있어 생태계를 대표해 고래를 청구인으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단 단장을 맡고 있는 민변 소속 김영희 변호사는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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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주체'가 된 소송을 제기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2004년 환경단체 등이 부산지법에 천성산 터널 착공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도롱뇽'을 소송 당사자로 내세운 사례가 있다. 단체들은 도롱뇽이 터널 공사로 환경 이익을 침해받는 만큼 당사자 자격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7년에는 충주 지역 환경단체들이 폐갱도와 습지에 사는 황금박쥐, 수달, 고니 등 동물 7종과 함께 충주시장을 상대로 '도로 공사 결정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냈다. 2008년엔 군산 복합화력발전소 공사계획 인가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 원고란에 어민들과 함께 검은머리물떼새가 등장했다.
2018년에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막으려는 소송에서 산양이 원고로 등장했다. 이 소송을 주도한 동물권 연구 변호사단체 피앤알(PNR)은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설치하면 산양이 소음·진동으로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며 산양 28마리를 원고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들 소송에서 법원은 동물의 원고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도롱뇽 소송'의 1,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자연물에 불과한 도롱뇽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명시했다. 황금박쥐, 검은머리물떼새, 산양을 원고로 한 소송도 모두 같은 이유로 각하됐다. '황금박쥐 소송'을 심리한 청주지법은 "동물의 당사자 능력을 인정하려 해도 폐갱도 내에 서식하는 여러 황금박쥐 개체 중 어느 개체가 소송을 제기하는지 특정되지도 않고 전체 개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동물을 당사자로 한 소송은 '기본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 내용에 대한 심리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동물의 당사자 적격성을 인정받으려는 시도는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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