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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망 벗어난 회삿돈 700조”…법인예금 이대로 괜찮나

올 3월 기준 705조 8000억

예금액의 97.9% '한도 밖'

일시 인출땐 SVB사태 재연

"보호 한도 높여 뱅크런 방지"

별도 기준 마련 필요성 제기


기업들이 예금자보호 한도 이상으로 시중은행 등에 예치한 금액이 700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새마을금고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조짐이 일어난 데다 앞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법인 자금의 뱅크런 영향이 컸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규모가 큰 법인 예금에 대해 별도의 보호 장치 및 출금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예금보험공사 등에 따르면 예금자보호 한도 밖 법인 예금은 3월 기준 705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법인이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 맡긴 전체 예금액 721조 3000억 원 가운데 97.9%가 보호 범위 밖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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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보호제도는 은행이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해 맡아 둔 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됐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개인과 기업 예금을 구분하지 않고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 원까지 보호해준다.

우려스러운 것은 거액을 예치한 법인들이 일시에 자금을 인출할 경우 SVB 파산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700조 원을 웃도는 기업 예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과 정치권이 최근 예금보호 한도를 1억 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호 한도 이상의 예금을 맡긴 법인 수(56만 9000개)를 감안하면 법인당 평균 12억 원가량의 예금을 맡긴 것으로 추산된다. 보호 한도가 상향되더라도 법인이 맡긴 예금이 이를 크게 웃돈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법인들의 출금 한도를 설정하거나 순차적으로 출금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동시에 법인 예금을 보호할 별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광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뱅크런 사태를 겪은 미국에서도 법인 보호 한도를 따로 두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법인 예금의 경우 예금액의 일정 비율을 보장해주는 동시에 최대 최소 보장액을 설정해 적정 보호 범주를 설정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 SVB 파산 이후 미 연방예금보호공사(FDIC)는 기업 예금 보호 한도를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제가 불거진 은행에서 보호를 받지 않는 기업 예금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았다는 점이 고려됐다.

다만 우리나라의 법인 예금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중은행에 예치된 점을 고려하면 별도 보호 한도를 둘 필요성이 덜하다는 의견도 있다. 예보에 따르면 시중은행에 예치된 보호 한도 이상의 법인 예금은 696조 원으로 전체 비보호 법인 예금 대비 98.6%에 달한다. 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저축은행에 예치된 돈은 1조 8000억 원으로 0.003%에 그친다. 법인 예금 보호 한도가 상향되면 금융사가 나눠 내는 예금보험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문제다.

예보 관계자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면서 “예금 보호 한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법인 예금 보호 한도를 별도로 두는 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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