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4연속 동결한 것은 시장참가자 대부분이 예측했던 무난한 결정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도 1270원대로 내려오면서 금리를 더 올릴 이유가 줄었으나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금리를 내릴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유력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불과 열흘가량 앞두고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사상 최대인 한미 금리 역전 폭 2%포인트를 정면 돌파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금융·외환시장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기준금리를 3.75%까지 한 번 더 올릴 여지를 남겨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대로 낮아졌으나 연준이 금리를 몇 번 더 올릴지 불확실하다”며 “연준이 두 번 금리를 올릴지가 관건인데 8월 회의(FOMC)가 없기 때문에 9월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연준의 9월 FOMC 이전에 열리는 8월 24일 금통위 회의는 5연속 금리 동결이 유력해졌다. 불과 두 달 전 “금리를 더 못 올린다고 생각 말라”며 경고하던 이 총재의 발언 수위가 한결 완화된 셈이다.
이번 회의는 올해 5월 금리 동결 때와 대동소이했다는 평가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은 만장일치로 동결 의견을 내고도 전원이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른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동결’ 행보를 반복했다. 금통위의 공식적인 정책 방향을 담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도 일부 문구가 바뀌는 정도에 그쳤다.
5월 발표한 물가·성장 전망도 큰 변화가 없었다. 근원물가는 5월 예상치 3.3%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했으나 이를 포함한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3.5% 그대로다. 소비자물가가 8월 이후 다시 오르면서 연말에는 3%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도 앞서 나온 얘기다. 연간 성장률 전망 1.4%도 똑같다. 이 총재는 “물가에 관한 한 5월에 생각한 것과 큰 변함이 없고 새로운 뉴스가 없다”고 말했다.
대내외 여건 가운데 그간 달라진 것은 새마을금고 불안과 가계대출 증가 폭 확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인데 이를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이 총재는 “비은행 부문에서 빠른 연체율 상승과 이에 따른 불안심리로 유동성 리스크가 증대됐다가 진정되는 모습”이라며 “새마을금고도 지난주에는 흔들렸지만 많이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 불안이 문제가 되더라도 금리 조절보다는 미시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
최대 변수는 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횟수다. 이날 발표된 미국 물가가 시장의 예상을 밑돌면서 연준이 7월 한 차례 금리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이에 이날 금통위 금리 동결에도 원·달러 환율은 1274.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4.7원이나 급락했다. 다만 9월이나 10월 추가 금리 인상이 다시 언급되면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미국 CPI가 떨어졌으니 금리를 한 번만 인상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얼마나 오래가고 환율이 어떻게 될지 안심하기는 이르다”며 “금리 차로 외환시장이 불안하면 당연히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회견은 이전 대비 매파적 뉘앙스가 축소됐다”며 “금통위원 6명 모두 기준금리 3.75% 수준을 열어뒀으나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