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업들의 초과 수익에 대한 ‘횡재세’ 도입 추진을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발 ‘김포 서울 편입’·‘공매도 금지’ 등 주요 정책에 이슈 주도권을 뺏기자 민생 정책 중 일환으로 횡재세를 꺼내들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발적인 상생기금이나 부담금 형식 등 다른 대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은 8일 공동주관으로 ‘한국형 횡재세 도입-세금인가, 부담금인가?’ 토론회를 열고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거둬들인 대규모 이익을 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선 기업이나 은행권이 외부적 요인으로 초과 수익을 냈을 때 해당 과다 수익에 부과하는 일명 ‘횡재세’ 도입의 필요성과 방법 등이 논의됐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축사를 통해 “올해 초 온 국민이 난방비 부담에 허리가 휠 때 정유회사 등은 전년 대비 15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얻으며 3%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연말만 되면 성과급 잔치 여는 은행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미 한국형 횡재세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며 “국민 고통을 담보로 막대한 이익을 낸 기업의 최소한 사회적 비용, 고통 분담에 함께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고금리 시기에 과점 구조의 은행이 손쉬운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5대 은행의 이자 수익이 사상 최고치인 36조2000억원에 이르렀으며 은행권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원이 훌쩍 넘는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상생금융의 내용을 보면 사실상 부자금융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정유사와 은행권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양경숙·민병덕 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은 각각 횡재세 부과를 골자로 하는 서민금융법과 법인세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본격적으로 민생 정책을 꺼내들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논의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횡재세 부과 주장에 대해 거리를 뒀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때리기’ 이후 여당에서도 ‘은행이 사회적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 중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일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서민 대상의 금융 활동은 축소하고 (임직원들에겐)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금융 당국을 향해 “중소·서민 금융 지원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권과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여당은 은행의 이익 규모, 책무 소홀에 대해선 문제 의식을 갖고 있지만 ‘횡재세’라는 방법론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횡재세 도입이 예대마진의 자발적으로 조절을 유도하는 순기능이 있겠지만 이미 납세의무를 마친 과세연도에 대해 소급 과세하겠다는 것이 과세원칙과 충돌하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정책위 부의장이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송석준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횡재세 도입은 자칫 기업가 정신을 말살시키고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이슈”라며 “횡재세가 아니더라도 금융권의 과도한 이익을 사회로 환수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의 또다른 여당 의원도 초과이익에 대해 강제로 세금을 걷을 경우 손실시 보전 요구 등 쟁점이 적지 않다며 “횡재세보다 자발적 상생기금의 출연,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 등의 대안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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