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자 복지’를 두텁게 한다는 내년도 예산안의 취지에 맞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채무 조정을 위한 새출발기금에 기존 계획보다 단계적으로 최대 1조 원가량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의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잡고 △경제 혁신 생태계 조성 △두터운 약자 복지 △미래 대비 체질 개선 △튼튼한 안보·안전사회 등 4대 중점 분야를 중심으로 예산안을 이달 말 발표한다.
기재부는 약자 복지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새출발기금 증액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분할 상환 전환이나 금리 감면 같은 채무 조정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당초 정부는 2022년 새출발기금을 30조 원 규모로 조성하면서 3년에 걸쳐 3조 6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현재 정부는 기금 규모를 40조 원 이상으로 늘릴 방침인데 이를 위해서는 1조 2000억 원가량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
정부는 희망리턴패키지와 같은 소상공인 재창업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소상공인 재기 지원을 위한 예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 같은 기조는 자영업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총 91만 1000명에 달한다. 재작년(80만 명)보다 11만 1000명(13.9%)이나 늘어난 숫자다. 폐업률도 9.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폐업 소상공인의 재창업과 재취업을 지원해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돕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소상공인 과밀화 문제가 지나치게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이 통계청의 ‘소상공인 실태 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2년 기준 도매 및 상품 중개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 중 영업이익이 동종 업계의 1인당 평균 임금 총액에 못 미치는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74.7%로 집계됐다. 같은 업계에서 근로자로 일하는 것보다 돈을 못 버는 소상공인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소매업(자동차 제외)의 경우 이 비율이 73.3%나 됐고 숙박업(81.1%)과 음식점업(47.8%)도 높았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2019년 분석을 보면 전국 도소매업 사업장 중 영업이익이 동종 업계 근로 임금에 못 미치는 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75.6%나 됐다. 숙박·음식점업은 이 비율이 68.5%에 달했다. 노민선 중기연 연구위원은 “진입 장벽이 낮은 생계형 창업에 나서는 소상공인들이 많다 보니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영업이익은 낮아지는 문제가 생긴다”며 “이들이 원활히 폐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기 지원을 빼도 소상공인 관련 예산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 수수료나 전기료 지원 등 소상공인 복지 관련 예산에서 대폭 증액이 예상된다. 대환대출을 비롯한 소상공인 융자 규모도 더 확대될 공산이 크다. 소상공인 융자 예산은 올해 기준 3조 710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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