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올 한 해 수출 규모가 전년보다 1.9%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내놓은 전망치보다 4%포인트 넘게 하향 조정한 것으로 산업연은 미국이 반도체·의약품 등에도 품목 관세를 부과하거나 상호관세를 적용할 경우 감소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수 전망 역시 악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은 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27일 산업연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연간 수출액은 7000억 달러에 못 미치는 6706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말 2025년 경제·산업 전망 당시 발표했던 수치(7002억 달러)보다 약 300억 달러 감소한 규모다. 전년 대비 성장률 전망치 역시 2.2%에서 -1.9%로 전환했다.
문제는 대미 관세율이 상승하거나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수출액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망은 미국이 한국에 기본관세 10%, 철강·알루미늄·자동차 품목관세 25%를 부과하고 중국에 30%의 관세를 적용한다는 점, 미중 갈등 및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을 가정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당초 미국이 예고한 대로 7월 8일부터 기본관세 10%를 포함해 25%의 상호관세가 적용되거나 반도체·의약품 등에도 품목관세 25%가 부과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일본·대만 등 경쟁국보다 한국의 대미 관세가 높을 경우에도 연간 수출액은 더 감소할 수 있다. 산업연 관계자는 “통상 리스크 대응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며 “관세 협의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13대 주력 산업별로는 조선·정보통신기기·반도체·바이오헬스를 제외한 9개 업종 전망이 모두 수출 ‘흐림’을 보였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올해 하반기 수출액이 작년보다 10% 이상 급감하고 연간 수출액은 5~10% 사이에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연은 2차 추경과 같은 재정 정책의 필요성도 시사했다. 올 한 해 민간 소비 증가율은 직전 전망보다 0.9%포인트 낮은 1.0%,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은 같은 기간 각각 1.1%포인트, 3.8%포인트 낮춘 1.0%, 1.8%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산업연 관계자는 “신정부 출범, 추경 효과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경기 부양을 위해 실질적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는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의 필요성이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예상을 반영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0%로 전망됐다. 올해 상반기 0.5%, 하반기 1.4% 등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이미 상반기가 상당히 지났기 때문에 앞으로도 큰 반전이 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상저하고의 형태로 약간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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