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계가 소비 위축과 재고 증가로 울상을 짓는 가운데 중국산 의류 수입은 매년 빠르게 늘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국내 의류 소비는 줄었지만 중국산 패션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산 의류 수입 금액은 18억 6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3% 뛰었다. 중국산 의류 수입액은 2023년 43억 2800만 달러, 2024년 47억 64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량도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5월까지 중국산 의류 수입 중량은 11만 4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직전에는 2023년 25만 6100톤, 2024년 28만 8500톤으로 뛰었다. 역시 역대 최대 수입 규모다.
이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플랫폼을 통해 초저가 의류를 쇼핑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패션 유행에 민감하고 가격대가 낮은 상품을 주로 찾는 젊은 층일수록 중국산 의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실제로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테무는 한국에 진출한 2023년 결제 추정액이 227억 원에서 작년 5624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6월까지는 3655억 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수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의류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쉬인의 경우 올해 6월까지 180억 원을 팔아 치우면서 지난해 결제 추정액(122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결제 추정액도 2023년 8219억 원에서 2024년 1조 3517억 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6월까지 6960억 원을 찍었다.
고가의 중국산 패션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도 생겼다. 중국 의류는 저가·저품질이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슈슈통·마크공 등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중국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2014년 상하이에서 설립된 ‘슈슈통’은 지난해 8월 패션 플랫폼 29CM과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 공식 입점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무신사가 운영하는 편집숍 ‘무신사 엠프티’에서는 올해 2분기 슈슈통의 온·오프라인 거래액이 직전 분기 대비 128% 성장했다. 블랙핑크 제니의 착용과 에스파 닝닝과의 협업 등으로 국내 브랜드 인지도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크림에 입점한 중국 브랜드 마크공은 7월 기준 상품 클릭 및 검색량이 전월 대비 각각 60%, 70%씩 증가했다. 이에 대해 패션업계 관계자는 “슈슈통 등 중국 브랜드는 크림, 29CM, 무신사 등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에 입점해 매월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이 외에도 최근 루이(Rui), 랜덤이벤트, 멜팅새드니스 등의 중국 브랜드가 국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패션 브랜드는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 F&F 등 국내 주요 패션회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역성장 기조를 이어갔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국내 패션업계는 올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약 10~20% 감소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4~5월이 예년보다 추웠고 6월에는 급격한 날씨 변화로 더워지면서 봄 신상품이 잘 팔리지 않으면서 2분기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다”면서 “내수가 좋지 않다 보니 전체적으로 할인 판매를 늘려 수익성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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