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먼저 다녀오고 돈은 나중에 조금씩 내세요."
일명 '후불제 여행' 방식으로 고객들을 모집해 돈 수백억을 가로챈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한 여행사 대표에 대한 추가 혐의가 드러날 전망이다.
15일 전주지법 제3-1형사부(박현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여행사 대표 A씨(58)의 사기 혐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변호인은 "피고인이 추가로 받는 재판이 있는데 항소심에서 사건을 병합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초 A씨의 재판 과정에서 알려진 피해액은 120억 원, 피해자는 4000여 명에 달했었다.
그런데 이날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동일 범행으로 기소돼 다른 재판부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며 사건 병합을 요청한 것이다. 재판부가 "다른 사건은 피해자가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묻자 변호인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략 30여 명"이라고 밝혔다. 여러 사건을 한꺼번에 재판받으면 형량 감경 등 실제 처벌 결과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A씨는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경비를 다 내지 않아도 해외여행을 보내주겠다"며 후불제 방식의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전국에 20여 개 지점을 둘 정도로 성업한 여행사여서 피해자들은 믿고 A씨의 상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강도 높은 방역 정책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가 중단됐다. 고객들은 "여행을 못 갔으니 납입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A씨는 연락을 피하며 이를 돌려주지 않았다.
이 사건은 재판 과정에서 여러 피해자가 추가로 사기 피해를 알리면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애초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길 때만 해도 피해액은 20억원 정도였으나 1심 판결을 선고할 때는 이보다 100억원이 더 늘었다.
적게는 365만원, 많게는 1920만원을 A씨에게 맡긴 피해자들은 피해금을 속히 돌려받길 원한다는 뜻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지난 4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품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등 회원을 유치했으며, 중도 해약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규 회원을 모아 돌려막기식으로 해약금을 지급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한두푼씩 모아 첫 해외여행, 가족여행, 퇴직 여행을 꿈꾸며 회비를 성실히 납부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피해자들은 여행도 못 가고 해약금도 받지 못했다"며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9월 9일 공판을 다시 열고 두 개의 사건에 대한 병합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