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중앙은행의 거시건전성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적 장치를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아시아개발은행(ADB)·국제통화금융저널(JIMF)과 함께 주최한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한은은 주요국과 달리 직접적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과 미시감독 권한을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조율 과정에서 정책 강도나 방향에 이견이 있을 경우 정책 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은은 새 정부의 금융당국 조직 개편에 맞춰 거시건전성 정책 및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에서 한은의 권한이 커져야 한다고 적극 주장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말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요구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중앙은행과 정부 간 정책 공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특히 2024년 8월 금리 인하 전환기의 사례를 예로 들며 긴밀한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당시 물가상승률이 둔화돼 통화긴축 강도를 완화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됐지만 서울 주택 가격과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며 “이에 한은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으며 대출 규제 효과를 확인한 후 2024년 10월·11월에 금리를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주요 선진국과 달리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이 없어 현 시스템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에둘러 밝혔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가계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재정정책의 경기부양 효과가 제약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이예일 한은 부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수준별 재정정책 효과의 차이가 존재하며, 한국 등 비기축통화국 그룹에서 비대칭성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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