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패스트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에 정식 진출한 쉬인은 고물가 속 가성비를 앞세워 사용자층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는 분위기다.
진출 초기만 해도 ‘싸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1만 원 안팎의 가격 경쟁력이 주목받으며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실제로 쉬인은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월간활성이용자 수(MAU) 200만 명을 돌파했다.
15일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쉬인의 MAU는 220만 명으로 지난해 60만 명 안팎에서 1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쉬인이 앞세운 초저가 공세에 반응하고 있다. 하루 6000개 넘는 신상품을 내놓고 제품 하나당 평균 가격이 14달러(한화 약 1만 9000원)에 불과한 점이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A씨는 “알리익스프레스보다 배송이 빠르고 터무니없이 싸지도 않아서 믿음이 간다”며 “국내 플랫폼에서 파는 상품과 쉬인 상품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원 B씨는 “요즘 옷값이 너무 올라서 한 철 입을 옷은 쉬인에서 주로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쉬인의 성장은 국내 패션 플랫폼의 하락세와 맞물리고 있다. 에이블리와 지그재그 등은 중국산 의류를 사입해 판매하는 구조인데 쉬인과의 가격 경쟁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이블리는 6월 MAU가 전월 대비 9% 줄어들며 1000만 명에서 910만 명으로 감소했고 결제금액도 17% 줄어든 868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쉬인의 결제금액은 약 60% 급증했다. 1인당 평균 결제금액도 쉬인이 약 10만 원으로 에이블리(약 6만 1200원), 지그재그(약 7만 원)를 크게 웃돌았다.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쉬인은 지난해 6월 한국 공식 사이트를 열고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평가와 함께 부정적인 인식을 피하지 못했다. 상품 후기에선 ‘기대 이하의 소재감’, ‘사진과 실제 제품 차이’, ‘복잡한 환불 절차’ 등 불만이 줄을 이었고 디자인 표절 의혹도 불거져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줬다.
그러나 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가격’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선택 가능한 소비 항목 중 하나인 의류 부문에서 쉬인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모습이다.
쉬인은 유행을 반영한 디자인과 빠른 생산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10일이면 끝나고 대부분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으로 구성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다만 해외 직구 형태의 서비스 특성상 품질이나 반품·환불 등에서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쉬인이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최근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15조와 18조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는 소비자로부터 재화를 반환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 지급된 물품 등의 대금을 환급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쉬인은 영업일 기준 5일 이내라는 자체 규정을 운영했고 일부 제품에 대해 반품·교환 불가 조항을 두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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