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가 추격 끝에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도 사제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진술해 한밤 중 아파트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21일 사건 관련 브리핑을 열고 전날 오후 9시 30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신도시의 한 아파트 33층에서 60대 아버지 A 씨가 30~40㎝ 크기의 사제 총기로 쇠구슬 여러 개가 들어 있는 산탄을 아들 30대 B 씨에게 2회 격발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A 씨의 생일로 당시 B 씨와 B 씨의 아내, 아들 2명, 지인 1명 등 6명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한 뒤 사제 총기를 챙겨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시아버지가 남편을 쐈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중상을 입은 B 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A 씨는 범행 직후 아파트 1층으로 내려와 도보로 공용주차장으로 이동, 자신이 타고 온 렌터카를 이용해 도주했다. 경찰은 특공대 등을 투입하는 한편 연수경찰서, 서울 방배·도봉경찰서 등 관계서 공조를 통해 미사리 또는 한강으로 도주하려던 A 씨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살인 및 총포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쇠파이프 등 자재를 구매해 총신 한 열에 총알 한 발이 장전되는 총기를 자체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을 수색하던 경찰은 총열에 해당하는 쇠파이프 11정을 발견했다. A 씨가 보유한 남은 실탄도 86발에 달한다고 경찰은 밝혔다.
A 씨는 경찰에 체포된 직후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아파트에 21일 정오에 폭발하는 사제 시한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 3시 54분께 A 씨의 자택을 찾아 20여 분 만에 폭발물을 제거했지만 한밤 중에 아파트 거주민 등 105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A 씨의 집에서는 플라스틱 통에 담긴 시너 14통과 타이머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실제 폭발이 일어났을 경우 최소 100여 명의 거주민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던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새벽에 출근했는데 경찰이 상황을 설명하며 ‘1시간만 늦게 오라’며 출근을 만류했다”며 “실제 폭발이 이뤄졌으면 어떤 참사가 벌어졌을지 생각하니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술 발전으로 사제 총기 문제가 심각하다며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한국테러학회장)는 “인터넷, 3D 프린터,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총기 부품이나 설계도면을 구하고 이를 활용해 실제 발사 가능한 총기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가 됐다”며 “현행 총포법은 정식 제조·수입·판매되는 총기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어 부품 단위의 유통이나 비승인 도면의 공유, 3D 프린터 제조 등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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