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부동산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급격히 식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9로 전달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2년 7월(-16포인트)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0이 넘으면 앞으로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소비자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한 달 전보다 약해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지수는 올해 들어 2월 99에서 시작해 3월(105), 4월(108), 5월(111), 6월(120)까지 4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7월 들어 처음으로 하락 반전했다. 이번 조사는 대출 규제 발표 직후인 7월 8일부터 15일까지 이뤄져 정책 효과가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 이후 주택가격 하락 기대가 커졌고,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0.40%에서 0.11%포인트 하락한 0.29%로 상승 폭이 축소됐다.
정책 여파는 가계대출 흐름에도 나타나고 있다. 18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57조 327억 원으로, 6월 말(754조 8348억 원)보다 2조 1979억 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증가액은 1566억 원으로 6월(3594억 원)과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7월 가계부채전망지수는 96으로 6월보다 1포인트 하락하며 2018년 5월(96)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6개월 뒤 가계부채 증감을 전망하는 소비자 인식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 미만이면 부채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전체적인 소비 심리는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0.8로 전달보다 2.1포인트 오르며 2021년 6월(111.1) 이후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기·소득·생활형편 등 6개 항목을 종합해 산출되며 100을 넘으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12월에는 88.2까지 추락했던 지수는 올해 들어 1월 91.2, 2월 95.2, 이후 꾸준히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후 올해 3월 93.4로 주춤했다가 4월 93.8, 5월 101.8, 6월 108.7에 이어 7월까지 넉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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