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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사라지는 북극 해빙…한반도 극한폭염 부른다"[사이언스 포커스]

◆ '韓대표 북극해 연구학자' 양은진 극지연구소 박사

북극 해빙 감소로 지구 기온 상승 가속

한반도 이상기후 예측 위해 연구 필수

2010년부터 16차례 여름 북극 탐사

올 7~8월엔 대서양화 현상 집중 연구

미세플라스틱 농도 변화도 추적 예정

올해 16번째 쇄빙선 아라온호에 탑승해 북극 탐사에 나선 양은진 극지연구소 박사. 사진 제공=양은진 박사






“우리나라의 폭염과 한파 같은 기상이변은 대부분 북극에서 시작됩니다.”

양은진 극지연구소 박사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5일 줌으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극 해빙(海氷)이 줄어들면 지구가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고, 이로 인해 수온과 대기 온도가 상승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빙은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이다. 양 박사는 “결국 북극 해빙의 변화가 한반도의 한파와 폭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며 “한반도 이상기후를 예측하기 위해서라도 북극 연구는 무척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양 박사는 인터뷰가 진행된 바로 다음 날인 16일 한국을 떠났다. 한국 최초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에 탑승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하와이를 경유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도착한 뒤 더치하버라는 알래스카 최북단 항구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이틀간 머물며 먼저 한국에서 출발한 아라온호를 기다린다. 이후 다른 연구진들과 함께 아라온호에 탑승해 베링해협과 축치해, 동시베리아해 등 북극해 북서부 지역을 탐사할 예정이다. 이번 항해에는 총 45명의 연구원이 동참한다. 양 박사는 책임 수석 연구원으로서 전체 항로와 연구의 핵심 연구 지점을 결정한다. 해빙 위성 자료를 확인하고 각 팀의 연구 방향 및 항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그의 임무다.

아라온과 함께한 16번의 ‘북극 여름’…해빙은 얇아지고 한반도는 더워졌다


과거 북극 탐사를 진행 중인 연구원들의 모습. 사진 제공=양은진 박사


과거 북극 탐사를 진행 중인 연구원들의 모습. 사진 제공=양은진 박사


양 박사는 아라온호가 북극 출항을 처음 시작한 2010년부터 매해 여름 북극해를 탐험하는 국내 대표 북극해 연구 과학자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벌써 16번의 여름을 북극에서 보냈다. 양 박사는 “2020년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 머물면서 처음으로 한국의 여름이 무더워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더더욱 북극 연구에 매진해야 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북극과 한국의 기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양 박사에 따르면 북극해는 수온 상승과 함께 염분도 높아지고 있다. 이 변화는 해빙을 더 빠르게 녹이며, 해빙 감소는 지구 전체 기온 상승의 ‘가속페달’ 역할을 한다. 해빙은 태양에너지의 약 90%를 반사하지만 해빙이 줄어들면 바다가 열을 흡수해 수온을 높이고 다시 해빙을 녹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현상은 북극 제트기류를 약화시켜 찬 공기를 남쪽으로 밀어내고, 한국의 폭염과 한파를 유발하는 ‘북극발 기상이변’으로 이어진다. 북극의 수온 변화가 북반구에 위치한 한반도에 한파와 폭염을 몰고 오는 것이다. 따라서 북극의 수온과 염분 농도 등 환경 변화를 연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기후 예측을 위해 중요하다. 연구진은 아라온호를 타고 해빙 근처로 이동해 두께 1m 이상의 단단한 해빙 위에 올라가 해빙의 물리·화학적 특성, 해수 온도, 염분, 생물종 변화 등을 측정한다. 하지만 최근 기후온난화로 해빙이 점점 얇아지면서 안전 문제가 커지고 있다. 양 박사는 “지난해에는 북위 80도까지 올라가서야 겨우 해빙 캠프를 설치할 수 있었다”며 “최근에는 해빙이 ‘어린’ 얼음으로 구성돼 북극 바다가 힘겹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0년간 북극의 바다 얼음은 76%나 줄었다.



과거 북극 탐사를 진행 중인 연구원들의 모습. 사진 제공=양은진 박사


대서양 짠 바닷물 북극해로…미세플라스틱과 북극곰도 핵심 탐구


올해 탐사의 핵심 주제는 ‘대서양화(Atlantification)’ 현상이다. 대서양의 따뜻하고 짠 바닷물이 북극해로 점점 더 깊숙이 밀려들어오는 기후변화 징후다. 이 바닷물은 저산소 해수층을 동반해 태평양 북극해의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준다. 양 박사는 “대서양수가 동시베리아해를 넘어 태평양 북극해로 밀려오는 현상을 7년간의 계류 관측 데이터로 입증했고, 공신력 있는 과학 저널에도 게재했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하다. 양 박사는 김승규 인천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서북극해의 계절 해빙에 28만 톤의 미세플라스틱이 갇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중 90% 이상은 1930년대 이후 해저에 축적된 것이다. 그는 “해빙이 녹으며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로 다시 퍼지고 있다”며 “이번 탐사에서도 그 농도 변화를 추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극 탐사 중 포착한 북극곰들의 모습. 해빙이 얇아지면서 북극곰들의 서식지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진 제공=양은진 박사


북극 탐사 중 포착한 북극곰들의 모습. 해빙이 얇아지면서 북극곰들의 서식지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진 제공=양은진 박사


사라져가는 북극곰의 서식지와 북극 생태계 변화도 양 박사의 관심사 중 하나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북극곰은 아라온호 연구팀의 연구 성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다. 2019년에는 북극곰이 해빙 캠프에 찾아와 고가의 연구 장비를 훼손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연구팀은 ‘북극곰의 서식지를 침범한 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하고 해빙 캠프를 철수했다. 이후 해빙 캠프의 위치를 선정할 때 북극곰의 서식지 파악은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된다. 하지만 해빙이 얇아지면서 북극곰의 서식지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양 박사는 “2025년 해빙 캠프를 준비할 때는 북극곰 접근에 대한 대책을 다시 세웠다”며 “해빙이 사라지면서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북극곰은 민가로 올라와 쓰레기통을 뒤지는 등 점점 더 인간 세계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이유로 매해 북극곰의 안부가 궁금해서라도 북극해 탐사를 멈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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